사진 정헌호

 

아들 있어도 헛것


今年還甲子*


병상 식탁에 마주 앉아
유기그릇에 담겨 나오는 병식을
서너 숟가락 억지 식사 수발을 들고는
한 그릇 같은 남은 밥을
“너도 저녁 먹어야지”라는
아흔하나 노모의 눈빛 강권에
노모의 에너지원을
게눈 감추듯 제 밥처럼 넘겨버린 아들
병간호를 핑계로 보조 침대에서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자는 아들
한 달째
투병으로 겨우 털끝만 한 기력을 되찾으신 아흔하나 노모는
그 아들이 깰까 봐
굽은 허리 지팡이에 의지하여
화통 같은 아들 코골이를 기운 삼아
혼자서 작은 볼일을 보고 오셨고

 

 


*‘환갑 맞은 아들’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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