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전쟁

 

아기별꽃


야간 마치고 퇴근
남편과 아들의 아침 식사
양배추 썰고
양파도 썰고
참외장아찌 다져두고

 

​토스트기에 식빵 넣고
아몬드 다지고
호두 다졌다.
야채와 견과류
마요네즈랑 케첩 넣고
샌드위치 속을 만들었다.

 

​식탁 위에
샌드위치랑 우유 두 잔
드시라고 하고
산에 가려는 내게
남편님 왈
점심은 그냥 알아서 먹을께
그럼 나야 땡큐죠
감사하다는 인사 건네고
집 나선 지
십 분 후.

 

​헉헉거리며
산 입구 오르는데
남편님 전화 왔다.
아들이 밖에서 먹을 게 없다고
굶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산을 후딱 한 바퀴 돌고
하산‥
바쁘게 생겼군‥
야채 마당 가서
오이 한 봉지 사고
두부 두 모 사고
빨리빨리 집으로.

 

오이김치 후다닥
담그고
김장김치 썰고.
콩국수 준비 완료.
이건 남편 점심.

 

아들은 입안이 말썽 중이라
구운 고구마에
견과류 넣고
우유 부어 휘리릭 갈았다.
까탈스러운 입맛에
맞을라나 싶어 한 숟가락
햐아~~~
고소함과 달콤함이
적절한
맛이 끝내준다.

 

​삶아놓은 소면에
들기름과 액젓 살짝 넣고
조물조물 비벼두었다.
세탁기 돌려두고
에어컨 켜두고
나 언제 자냐?
피곤이 상투 끝에 와닿았다.
심장 박동도 달라진다.

 

​나 일하고 왔는데
이넘의 밥 때문에‥
남편과 아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네
김 씨 부자 입맛 까탈시러버서
죽어나는 건 날세

 

그래도 맛있게 먹고
건강하면 되는 거지
인생 별거 없잖아
세탁기가 아직도 돌고 있다.
빨래 널어놓고 자야 한다

 

​오늘은 삶이 전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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