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3) 차라리 암호로 쓰든지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고리 권력으로 지목된 청와대 이재만 비서관과 김종 문체부 2차관이 한편이라며 이들의 ‘인사(人事) 장난’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리하여 12월 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에서 김종 차관이 야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던 중, 우상일 문체부 체육국장이 김 차관에게 내민 쪽지가 화제다.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야”. 정부가 곤경을 면하기 위해 정부 대 국회 구도를 여당 대 야당으로 바꾸자는 이야기 같다. 믿기지 않았다. 쪽지 글씨가 너무 컸다. 다같이 보라고? 설훈 새정치연합 의원은 “건국 이래 이런 건 처음 본다”고 성토했다. 안홍준 새누리당 의원도 "몰고 가라고 한들 의원들이 그렇게 가겠냐"며 사과를 요구했다.

우 국장은 “급하게 메모를 쓰다보니 앞의 말이 생략되었다”고 변명했다. 막 던지시네. 김 차관은 “메모를 받았으나 확인은 안 했다”고 밝혔다. 진짜로 안 봤다고? 글씨를 크게 써줘도 소용이 없구만...

지난 10월에도 국회에서 쪽지 파문이 있었다.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정치연합 진성준 의원이 질의하는 동안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은 “쟤는 뭐든지 빼딱!”이라고 적은 메모를 옆자리의, 그러니까 같은당의 정미경 의원에게 건넸고, 정 의원은 그 밑에 “이상하게 저기 애들은 다 그래요!”라고 ‘리플’을 달았다.

사담이라는데 왜 다 들리지... 사토라레?

이 쪽지가 언론으로 보도되자 이튿날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항의했고 정미경 의원은 사과했다. 하지만 송영근 의원은 한참동안 버텼다. ‘사담’ 갖고 왜 그러냐는 것이다.

국회 상임위는 공개석상이다. 촬영한 언론 탓을 하면 안 된다. 더구나 정회 시간도 아니고 감사 도중이었다. 귓속말이랍시고 한 것이라도 남들한테 다 들리면 그게 귓속말인가. 구미 사는 나도 아는데. 혹시, 사토라레(サトラレ)십니까? 끝내 송 의원은 사과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가 충청도로의 행정수도 이전에 위헌 판결을 내렸을 때도 화제의 쪽지가 있었다. 수도 이전을 반대하던 한나라당의 김덕룡 원내대표에 전해진 쪽지다. “표정관리 부탁, 일희일비 조심 (충청도민).” 수도 이전에 기운 충청 민심에게 찍히지 않기 위한 작전 지시였으나, 쪽지만 카메라에 찍혔다. 이럴 바엔 암호문으로 씁시다! 아니면 수신호라도 개발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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