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6) <시사저널> 식은땀 흘리다

2002년 대통령선거의 본격 선거운동 기간동안 노무현 후보는 단 한 번도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뒤지지 않았다. 그대로 선거가 끝날 것처럼 보였다. 노 후보가 정몽준 후보와 후보단일화를 이룬 후부터 그랬다.
 
그해 월드컵 열기를 타고 승천한 정 후보는 대선 판도 중심으로 진입하며 지지율을 조금씩 까먹었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돌입하며 전세는 뒤집어졌고 노 후보로 단일화되었다.

그러나 대선 마지막 하루, 노무현은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아깝게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한 정몽준은 노무현 후보의 유세를 도우면서도 뒤로는 권력 배분을 요구했었다. 후보단일화를 했으니 요구할 만도 했다. 다만 국무총리를 포함해 국정원장과 외무, 국방, 통일, 법무부 등의 장관직을 반드시 포함해달라는 요구가 노 후보측에게는 무리하고 무례하게 여겨졌다.

이런 물밑 갈등 끝에 이른 대선 전야, 노 후보는 명동 유세에서 정몽준 후보 뿐만 아니라 정동영, 추미애 의원 등 차세대 주자가 있다고 연설했다. 삐친 정몽준은 후보단일화 파기를 선언했다.

정몽준과 친했던 가수 김흥국도 여기에 한몫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혹 이랬던 건 아닐까. “으아~ 노무현이 우리한테 이럴 수 있습니까? 단일화 취소합시다. 으아~”

 

단일화 파기 소식에 노 후보도 대단히 열을 받았는지 처음엔 정몽준 달래기를 거부하다 주변의 집요한 설득으로 정몽준의 자택을 방문한다. 하지만 정몽준은 문을 닫아 걸었다. 노 후보의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지지자들은 비상에 들어갔고, 이로써 오히려 지지표를 결집시키며 노 후보가 승리했다.

16일에 뽑았더니 18일에 사고 쳐

노무현의 당선 소감에 ‘정몽준’은 없었다. 몽을 싫어하던 노 지지자들은 합창했다. “이야~ 정몽준도 알아서 사라지고 흥국(興國, 나라가 흥함)일세!” 

정몽준 말고도 물을 엎지른 쪽이 있었다. 매년 ‘올해의 인물’을 뽑던 주간지 <시사저널>은  2002년 ‘올해의 정치인’으로 후보단일화를 이뤄내고 또 승복했던 정몽준을 선정했다. 단일화 승자보다 패자 쪽이 선정하기에 더 무난했을 것이다.

이 기사는 12월 16일 작성되었는데, 18일 밤에 그만 정몽준이 사고를 쳤다. 소식은 돌이킬 수 없이 퍼져나갔다. 이야기만 들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내가 <시사저널> 스탭이었다면 정말 울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울었을 것이다. “으아, 응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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