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최초의 인권조례... 그러나 시의회 무성의 엿보여

지난해 12월 23일 구미시의회를 통과한 '구미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가 지난 1월 9일 공포되어 시행에 들어갔다. 구미시 최초의 인권 관련 조례인 이 조레는 박세진 시의원(새누리당/도량, 선주원남/이하 사진)이 대표발의하고 그외 10명의 의원이 공통발의했다.

이 조례는 헌법에 의거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재와 존엄을 최우선 가치로 규정하고, 구미시민에 대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인권이 존중되는 지역사회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장은 이 조례에 따라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활동을 지원하게 되어 있다. 또 공무원과 시장의 지도감독을 받는 단체 종사자에게 연 1회 이상의 인권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민간단체에도 인권교육 시행을 권장해야 한다. 

또한 인권지수를 개발하거나 인권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으며, 구미시 인권보장 및 증진위원회를 두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조례 내용이 지극히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우선 '차별금지'의 원칙이 전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장애인이나 여성, 청소년과 아동을 위한 각종 인권 조례안이나 인권 헌장은 차별 금지를 중심 내용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구미시의 인권 조례안에는 차별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될 성별, 국적, 빈부, 장애, 성적 지향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구든',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않는다는 추상적인 차별 금지 원칙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상당수의 조항이 '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이 아니라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서 위원회 설치나 기본계획 수립, 연 1회의 인권교육 이외에 창의적인 정책을 발생시킨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 인권지수의 개발이나 인권 전담 부서 신설도 시장과 집행부가 알아서 판단하여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 원칙 없고 상당수 조항 '~할 수 있다'
한 줄도 보완하지 않은 구미시의회, '졸속 심사' 혐의

국가인권위원회에 비유할 수 있는 지역인권위원회의 구성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이 조례에 등장하는 위원회는 기본계획 및 연도별 시행계획의 수립 및 평가, 정책 추진에 관한 사항 등만 심의할 뿐 지역사회의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 시정은커녕 권고조차 할 수 있는 기능이 없다.

위원 중 30% 이상을 여성으로 위촉하게 되어 있지만 이는 '40% 이상'을 권장하고 있는 기존 조례보다 더 낮은 수준이라 이 조례안 자체가 성평등 수준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인권옹호관이나 인권 모니터 요원 등을 둘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전혀 없다. 이 조례는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의 권고로 인해 급히 만들어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게 되었다.

공통발의자이면서도 이 조례안을 심의하며 어떤 추가조항도 넣지 않은 구미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새누리당 권기만, 김복자, 김태근, 손홍섭, 안주찬, 양진오, 정하영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김근아 의원, 무소속 강승수, 허복 의원)도 졸속 심사의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연말 구미시의회의 모 초선 의원은 "지난 의회 때 의원들이 조례안을 남발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해 지역 정치 관계자는 "이번 조례안 통과를 보라. 수정의결하는 기능도 잃었다. 조례 심의도 똑바로 하지 않으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고 역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이번 조례는 시민사회단체와의 협력 없이 제정되었다는 난점도 갖고 있다. 공포 이후 시행에서라도 시민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구미시 아동청소년 권리조례 제작단에서 단장직을 맡았던 이균호 씨(형곡동, 24)는 "시민사회가 관심있게 지켜보고 관련 시책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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