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구미에서 녹색당 전국대의원 경북 7명 추첨

정당의 대의원을 선거가 아닌 추첨으로 선출하는 정당이 있다. 얼마 전 몇몇 녹색당 당원들은 당황하고 말았다. "당원님이 대의원 후보"라는 메일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대의원의 극히 일부를 추첨으로 선발하는 정당이 있었지만, 녹색당은 대의원 모두를 당권 있는 당원 가운데 추첨한다.

녹색당의 대의원 추첨은 이번이 세 번째. 처음 추첨제를 실시할 당시 일각에서는 "추첨으로 뽑힌 대의원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녹색당의 전신격인 초록정치연대의 관계자는 "우리도 해봤지만 실패한 실험이었다"고 고개를 저었었다.

대의원 10%를 추첨으로 뽑은 진보신당(현 노동당)의 관계자는 "우리는 추첨 정원의 7배수를 뽑아서 겨우 정원을 채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의원으로 뽑힌 당원들이 거듭 사양하면서 그 다음 순위로 기회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1기 대의원 중에는 초등학생도... "무리 없이 소화"

그러나 녹색당의 대의원 구성은 '정원의 3배수 추첨'으로 충분하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이다. 2013년 처음 추첨을 실시했을 때 <경향신문> 등은 이를 '새정치 실험'이라고 높이 평가했었다. 추첨된 대의원 가운데는 초등학생도 있었으나 대의원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는 후문이다.

경북 녹색당의 한 관계자는 "녹색당이 무리 없이 추첨으로 대의원을 선발해 대의원대회를 치를 수 있는 배경에는 당원들이 비교적 활동성이 높고 특히 당원 직군 가운데 '활동가'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특성이 깔려 있다"고 밝혔다.

대의원 추첨은 전체당원 무작위 추첨이 아니라, 지역별 성별로 표본을 나누어 선출 인원을 할당하면서 시작된다. 장애인, 성소수자에게 특별히 할당되는 부문도 있다. 경북 당원에 할당된 대의원은 총 7명으로 남성 4명, 여성 3명이다.

지난 13일 저녁 경북 녹색당의 대의원 추첨식이  구미시 인의동의 '풀뿌리 사랑방'에서 열렸다. 흔히 볼 수 있는 제비뽑기 외에도 은행과 영화관에서 번호표 뽑기, 사다리 타기, 핸드폰 어플 등 다섯 가지 방식이 동원되었다. 

  


 
 



이날 추첨식에 동참한 구미의 한 녹색당 당원은 "색다르고 흥미를 끌 수 있으면서도 공정한 방법으로 추첨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특정한 집단이 아닌 당원 전체에게 기회가 돌아간다는 점이 좋다"며 추첨제의 의의를 두었다.

적극적 자유와 실질적 평등, 대표성 제고,
직접 참여 등이 추첨제의 장점으로 꼽혀

추첨제의 대표적 연구자로는 이지문 정치학 박사가 꼽힌다. 이 박사는 육군 중위 시절인 1992년 군부대 부정투표를 폭로해 유명해졌고 영화 <변호인>에 나오는 윤 중위 캐릭터에 부분적 모티브를 제공한 인물이다.

이 박사는 저서 <추첨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제>에서 대표자를 선택하는 소극적 자유 차원이 아닌 자기 통치의 적극적 자유, 선택될 기회의 실질적 평등, 대표성의 제고, 선거 부정으로 인한 정치 불신 사라짐, 다양한 대표들의 대중지성 발현으로 공공성 추구, 비합리적 투표와 선거관리비용 등 극복, 직접 참여를 통한 시민 덕성 촉진 등을 추첨제의 장점으로 꼽았다.

녹색당 언론홍보기획단장이자 경북 녹색당 사무처장인 김수민 씨는 "국회의원을 추첨으로 뽑는다든가 하는 실험은 아직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선거제도 변경이나 정치개혁 과제들을 국회의원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전국민을 상대로 추첨을 통해 국민회의를 만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추첨제 실현 방안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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