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는 정치1번지 (12) 전국구 국회의원

국회에는 현재 지역구 의원과 전국구 비례대표 의원이 있다. ‘전국구’가 처음부터 비례 방식으로 각 정당에 의석을 나누어줬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는 각 당이 지역구 의석의 1/3만큼을 전국구에서 챙겨갔다. 1990년대에는 의석이 아니라 전국에서 얻은 지역구 득표 총합에 따라 전국구 의석이 결정되었다.

보통 각 정당의 전국구 순위 1번은 당의 대표자인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대표자가 일부러 뒤로 향하는 경우도 있다. 1988년 평화민주당(평민당)의 김대중 총재가 그랬다. “김대중을 당선시키려면 평민당 후보를 찍으라”는 메시지다. 그때 평민당은 제1야당으로 올라섰고 김대중도 당선되었다. 김대중은 새정치국민회의(국민회의)를 만들어 치른 1996년 총선에서도 같은 전략을 펴는데, 이때는 낙선했다.

1996년 당시 국민회의의 라이벌이자 집권당이었던 신한국당에서는 ‘찬찬찬’이 주목 받았다. 김찬진, 이찬진(한글과컴퓨터 사장) 그리고 인기 정치인인 박찬종이 신한국당 전국구의 19, 20, 21번을 받았기 때문이다. 찬찬찬 가운데 몇 명이 당선되느냐가 신한국당의 선거 성과를 표현하는 지표라고들 했다.

 

 

 

 

 

 

 

 


신한국당은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인기 정치인이던 이회창과 박찬종을 영입했다.
이회창은 당선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국구 1번을 받았고,
박찬종은 당의 승리와 함께 당선되겠다며 21번을 받으면서
19번 김찬진, 20번 이찬진 후보와 '찬찬찬' 트리오를 형성했으나 셋 모두 낙선했다.
이찬진 후보는 탤런트 김희애 씨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결과는? 찬! 찬! 찬! 모두 낙선이었다. 하지만 신한국당의 분위기는 “밤 새워 내린 눈빗물”이 아니었다. 299석 중 139석을 차지했다. 과반 의석에 못 미쳤지만, 무려 50석을 차지한 자유민주연합(자민련)과 갈라서고도 거둔 결과였다. 총득표율에 비해 건진 의석수가 컸다.

1등만 하면 당선되는, 1위만 당선되는 지역구 소선거구제 때문에 신한국당은 ‘찬찬찬’ 축배를 부딪힐 수 있었다. 한국의 선거제도는 ‘차디찬 글라스’로다!  그래서 새누리당이 '빠알간 립스틱'을 로고로 쓰나?

한국의 선거제도는 차디찬 글라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정치제도개혁방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주제는 권역별 비례대표였다. 300석의 국회 의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의석 중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의석을 2대1로 나누도록 설계했다.

그런데 비례대표 뿐 아니라 권역 전체 의석을 권역별 정당명부 지지율에 비례해서 정당에 배분한다는 데 다소의 파격이 깃들어 있다.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도, 그 소속정당에 의석이 배분되고 그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의석수보다 부족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통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

이 제도는 소선거구제의 승자독식을 완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장악한 국회는 선관위의 제안을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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