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옥님이 소개합니다

김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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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봄이 다가오고 있다.  근 한 달 손꼽아 기다린 영화들을 극장에서 영접하고 나면 정말이지 시쳇말로 ‘후덜덜’ ‘쩐다’. 극장은 봄날의 꽃길을 거니는 것 같은 멋진 파티장이 된다. 현재 극장에 상영중인 ‘후덜덜’ 영화 2편과 ‘쩌는’ 영화 2편을 소개한다.

봄날의 후덜덜한 영화 1 <이미테이션 게임>



엘런 튜링의 실제 삶을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입체적이고도 예리한 인물해석으로 재현, 아카데미의 각별한 선택을 받았다. 엘런 튜링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체계 ‘에니그마’ 기기의 해독으로 전쟁에 공헌한 천재수학자 였다. 이때 제작된 현재의 퍼스널컴퓨터(PC)의 전신이 만들어 지는 과정은 이공학에 문외인 나도 무척 훙미로운 소재였다.

실제 괴팍하고 독단적이었던 그가 청산가리를 넣은 사과 한입 베어 물러 자살을 택하고도 50년을 영국정부가 그의 업적을 함구 하고 있었던 것. 그때 당시만 해도 죄악이었던 동성애자로 살아간 그의 실제 인생, 그의 인생 자체가 각본도 필요 없는 영화다.


봄날의 후덜덜한 영화 2 < 버드맨>

 


집요한 롱테이크(카메라를 오랜 시간 컷을 나누지 않고 찍는 영화기법)와 리드미컬하면서 박력 넘치는 드럼사운드가 독보적인 영화. 한물간 히어로 마이클 킬튼은 연극을 통해 다시 한 번 그 옛날 다시 하늘을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다. 그러나 영화는 밀도 있는 연출로 변해버린 초라한 영웅의 현실을 찌질함과 퇴폐미로 그려낸다.

카메라는 너저분한 공연장 뒤, 먼지 날리는 무대를 충실히 따라다니고 기어이 하늘로 부웅 날아 오르고 그러고도 한참을 다시 쫒는다. 신선하기도 하고 카메라 감동이 엄청 고생했겠다는 걱정까지 드는 롱테이크신. 아직은 한물까지 가지는 않은(?) 헐리웃 히어로물 출신 엠마 스톤, 나오미 왓츠의 변하지 않는 미모를 지켜보는 것도 이 영화의 숨은 재미.


봄날의 쩌는 영화 1 < 위플래쉬>



당신은 이영화가 끝나도 절대 그냥 극장을 나갈 수 없다. 앤딩 6분의 드럼 연주는 오르가즘과 지독하게 강렬한 두 번의 사정과 같다. 찰리파커와 같은 천재를 갈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열정을 동경하는 우리를 훙분시킨다.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든.

악독한 스승, 지독한 제자, 광기에 찬 욕망, 내 심장과 같은 속도로 울리며 터지는 드럼, 피의 열정, 이 중독적 쾌감은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지난 몇 년간 구미극단 “파피루스”의 배우임을 자랑스러웠던 나는 정작 연극이 배경인 버드맨보다 더 절실하게 연극이 생각나는 영화였다. 그때 나의 열정이 아프게 그리워졌다.)


봄날의 쩌는 영화 2 <킹스맨>



품격있는 B급, 본격 입덕들의 빠심 자극, 약빤 영화. 첩보+엑션+패션+위트+병만의 결과는 꿀잼, 존잼이다. 콜린 퍼스의 각이 살아있는 수트빨은 빠심 자극, 독특한 매력의 신인 태론 에거튼은 말 그대로 ‘심쿵’. 우아하고 화끈하고 짜릿하고 뻔뻔하고 휘항찬란한 클라이막스 씬은 박장대소와 물개박수가 절로 난다.

극악무도한 악역(사무엘 L. 잭슨)의 구형 아디다스 시리즈와 힙합패션, 잰틀잰틀한 의상과 소품, 두 주인공 스파이의 우아한 영국식 악센트.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 진짜 맛있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은 느낌이랄까? 신개념의 스파이물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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