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 분석] 관악을 재보선, 둘 다 외통수에 걸린 것인가?

노무현 정권기 대부분은 친노 대 비노의 대결이 없었다. 친노 대 정동영의 대결도 조금 늦게 등장했다. 친노는 정동영이나 그와 가까운 쪽을 돕는 쪽과 그 반대 진영을 돕는 쪽으로 나뉘어졌다. 처음 정동영과 친노가 정면으로 맞붙은 건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경선이었다. 정동영이 이겼다. 정동영 진영에서 박스 떼기를 했다는 논란이 있었으나, 친노 쪽 이해찬 후보는 손학규 후보에게도 밀려 3위를 했으니 실력 대결에서는 패배한 셈이다.

2008년 총선에서는 정동영과 친노가 공멸했다. 2009년 전주 덕진 재보선에서 정동영은 민주당의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안희정 최고위원이 비판했지만 정동영은 살아돌아왔다.

이후 정동영은 과거 자신의 행적을 반성하며 진보화에 앞장섰다.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한미FTA반대에서 정동영은 친노보다 단연 앞서 나갔다. 2012년 총선, 정동영은 낙선했지만 서울 강남이라는, 부산경남보다도 더 어려운 지역에 출마함으로써 명분도 선점했다. 친노는 정동영을 제대로 꺾어본 적이 없는 셈이다.

 

 

 

 

  

이번은 일단 정동영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보수화를 비판하며 탈당해 국민모임에 합류한 그가 관악을 재보선에 도전장을 던졌다. 여론조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4월 첫째주 현 시점에서 그는 대체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팽팽한 3파전이 아니라 1위로부터 눈에 띄게 뒤쳐진 3위다.

경우 1. 정동영 3: 정동영 사실상 은퇴... 국민모임도 치명상

신생정당 후보가 15~20% 정도 득표로 3위를 한다면 이건 분명한 선전이다. 21세기 역대 한국정치판에서 가장 강한 제3당이었던 민주노동당에서도, 야권단일후보가 되지 않는 한 그 이상의 득표를 하는 후보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 후보가 정동영이다. 정동영은 3위를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고 불명예스럽게 공직추구 인생을 끝맺어야 한다. 그가 속한 국민모임도 스타트라인에서 고꾸라진다.

경우 1-1. 새누리당 당선, 새정치연합 2:
문재인에 참패 충격’... 정동영은 죽음


게다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가 2위를 하고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당선한다면 정동영에게는 최악이다. 그가 극복하고자 했던 야권 분열 컴플렉스가 더 강하게 되살아난다. 확인사살당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표체제나 친노에도 악재다. 당을 추스리지 못해 이탈을 초래했고 그 결과로 표가 분산되면서 새누리당에게 의석을 내줬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경우 1-2. 새정치연합 당선: 새정치연합에게 '최선' 

정동영의 독자 출마에도 불구 정태호 후보가 당선한다면 문재인은 정동영의 난을 깔끔하게 진압하는 셈이 된다. 정동영과 국민모임에는 이중적인 결과다. “야권을 분열시켰다는 비난 여론에서는 자유로워지겠지만, 3정당으로서의 첫 도전은 참패로 귀결되는 것이다. 단 이 가능성은 현저하다.

 

 

 

  

  


관악을 재보선 후보들. 왼쪽부터 새누리당 오신환, 새정치연합 정태호,
통합진보당 해산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해 재도전하는 무소속 이상규.



경우 2. 정동영 사퇴? 가능성 현저/하면 참패나 마찬가지

정동영은 새누리당이 아닌 양당체제를 겨냥했으므로 중도에 사퇴할 명분도 없다. 몇 등을 하든 끝까지 달려야 한다. 불출마 입장을 번복하고 나선 선거이기에 사퇴에는 엄청난 빈축만 따를 뿐이다. 그의 승부수는 외통수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특기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동영이 얻는 표가 새정치연합에서 떨어져 나오는 표보다 많다는 점이다. 사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야권단일화는 시너지효과는커녕 '1+1=2' 근처에도 간 적이 없다. 이것은 제3후보가 사퇴해야 할 이유를 덜어준다.


경우 3. 새누리 1, 정동영 2,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3
정동영은 그래도 '치명상', 문재인에게는 더 큰 악재


정동영은 이래도 본전을 챙기지 못한다. 이 경우에도 정계은퇴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단지 국민모임으로서는 무너지지 않고 다른 진보정당과의 통합과 내년 총선을 준비할 수 있을 뿐이다.

어쨌든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에게는 이 경우 역시 최악이다. 야권 분열의 책임을 본인들이 져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그나마 승리를 거둔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재 새정치연합의 재보선 전망은 어둡다.

여기까지의 관측을 종합하자면, 정치인 일개인으로서는 역시나 정동영이 가장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그가 3위를 하면 집단 중에는 국민모임이 찬물을 뒤집어 쓰게 된다. 정동영은 자신이 죽어도 국민모임을 살리려면 반드시 2위는 해야 한다.

반면 문재인이 정동영을 제압하려면 누가 당선되든 정동영을 3위로 눌러 앉혀야 한다. 그러나 2, 3등이 누구든 새누리당이 승리하면 새정치연합에는 좋은 일이 될 수가 없다. 정동영과 국민모임이 생사의 위협을 받고 있다면 새정치연합은 가장 갑갑한처지에 놓여 있다.

 

 

 

 




경우 4. 3파전에서 정동영 당선: 가능성 낮지만 새정치연합에 재앙
정동영 승부수의 배경: 당선확률 낮지만 기대치로 상쇄


정동영은 왜 출마했을까? 필자는 "처음에 <위플래쉬> 찍냐?"라고 논평했다. 미친짓이기 때문이다. 허나 '남들 다 아는 걸 혼자 몰라서라는 건 상식 밖의 진단이다. 그는 집권여당의 의장, 통일부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17대 대통령선거 후보를 지냈다. 당연히 그의 계산기로도 값이 나오지 않으니까 한때는 관악을 출마를 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출마한 이유는 하나밖에 없다. 기대치. 당선 확률 곱하기 당선될 경우 이득. 당선될 확률은 낮지만 당선되었을 경우 거둘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정동영이 여전히 대통령을 꿈꾸고 있다면 다른 방법이 없다. 새정치연합내에서 승부를 걸기도 어렵고,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도 자기 진영을 띄우지 못한다.

정동영이 마음을 비웠더라도 출마는 불가피하다. 더욱이 국민모임은 다른 후보를 구하지도 못하고 다른 지역에서도 후보를 못 낼 형편이니 그에게 다른 뾰족한 수는 없는 것이다. 정동영은 대통령 꿈을 갖고 있거나 아니면 마음을 비웠거나, 혹은 둘 다이다. 그로서는 어떻게든 승리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만에 하나 정동영이 3파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새정치연합과 문재인 대표는 그로기 상태에 몰린다. 새누리당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 관악을은 호남 유권자가 많고 민주당~새정치연합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이다. 또한 새누리당이 당선될 경우보다도 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새정치연합은 이념과 비전, 정책이 뚜렷하지 않은 정당이다. “새누리당을 반대한다면 우리를이 사실상 이 당의 제1강령이다. 그러나 3파전에서 제3정당에게 패배한다면 새정치연합이 야권에서 가진 구심력은 해제되기 시작한다. 새정치연합에게 정동영의 당선은 새누리당 당선보다 훨씬 더 큰 재앙이다.

3파전에서도 정동영이 승리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은 요건들을 하나씩하나씩 충족시켜야 전개된다. 첫째, 거물급 출마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 둘째, 전직 관악구의원들로 얼마간 인지도가 있는 정의당 이동영 후보, 노동당 나경채 후보와 3정당 진보후보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정의당 이동영 후보(왼쪽), 노동당 나경채 후보


셋째,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에 우위를 점하면서 야권 표를 자신에게 결집시키고 정태호 후보에게 불만이 있는 새정치연합 당원조직을 끌어당겨야 한다. 넷째, 새누리당 표가 변희재 등 보수우익 성향 무소속 후보에게 분산되어야 한다. 이처럼 되어 당선되기는 어렵다. , 아직 25일 넘게 남은 시점에서 희망사항으로 가져봄직은 하다.

 

 

 

 

 

 

 

 

 

 


'보수논객'으로 알려진 변희재 무소속 후보(왼쪽) 
주소지가 '구미시 수출대로33길'인 노종중 무소속 후보(오른쪽)도 관악을 재보선에 출마했다.
 


 
경우 5. 만약 정동영이 2위를 굳히고 문재인과 정태호가 결단을 내린다면?

현재 관악을 여론조사들은 대다수가 정동영이 3위라고 읽고 있다. 하지만 만약 정동영이 판세를 뒤집어 1위는 아니라도 2위를 달리게 된다면? 이것은 앞서 든 경우 3’이지만, 문재인의 결단에 따라 새로운 경우가 될 수도 있다.

2위를 정동영 후보에게 빼앗기고 이를 되찾을 수 없게 되면 정태호 후보와 문재인 대표는 관악을에서 철수하는 게 나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겨도 책임을 뒤집어 쓰게 되지만, 십만에 하나라도 3파전에서 정동영이 이겨 위의 경우 4’가 연출되면 새정치연합에 최악이다.

양당체제 타파를 벼르는 정동영을 야권단일후보로 만들어줘버리면 정동영의 승산은 높아지지만 그 명분은 상당히 무력화된다. 오히려 '야권 맏형'으로서 새정치연합이 돋보이게 된다. 전투 공신은 정동영이지만, 전쟁 영웅은 문재인이 챙긴다.

새정치연합이 관악을에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면 광주 민심도 다시 새정치연합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재보궐 선거 네 곳 중 새누리당 승리 지역을 두 곳 이하로 줄이고 새정치연합 승리 지역을 한 곳 챙길 수도 있는 것이다.


정동영으로서도 내심 이 시나리오를 바랄지도 모른다. 3파전하에서의 승리만큼 짜릿한 경로는 없지만 당선가능성으로는 이쪽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시 경우 1-1.

하지만 관악을의 현황은 정동영은 3, 새정치연합은 2위다. 문재인과 정동영 모두 경우 5.’ 근처에도 가지 못할 확률이 높다. 지금 정가에서는 정동영과 문재인은 모두 외통수에 걸렸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폭망'을 무릅쓴 정동영과 이래저래 곤란해진 문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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