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사랑방 이주의 冊 <관저의 100시간> (기무라 히데아키)

한국에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관저의 100시간>이 있습니다. 이 책은 2011년 3.11 대지진 직후부터 100시간동안 총리 관저에서 벌어진 일을 <아사히> 기자가 취재해서 기록한 것입니다.

일본도 사고 발생 이후 7시간동안 핵발전소 도면을 못 구했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수소폭발할 가능성이 없다고 우기다가 TV뉴스로 폭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 과정은 한국과 사뭇 다릅니다. 핵반응로(원자로) 냉각계통에 급히 발전차를 구해 투입하는 일을 한 장본인은 간 나오토 당시 총리입니다.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철수를 노리자 총리는 분개하여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다. 철수는 있을 수 없다"고 직접 찾아가 지시합니다.



그래도 후쿠시마 이후의 일본은 후쿠시마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참사 직후 가장 먼저 자살한 사람은 유기농 농부였습니다. 현지 주민으로서 절망에 빠졌을 터이고, 먹거리들이 죽거나 오염되자 본인의 생존을 감당해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후쿠시마의 재앙은 히로시마-나가사키의 참사보다 훨씬 더 길고 깊을 것입니다. 이제 일본은 생지옥을 악몽으로 착각하는 방법으로나 버틸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간 나오토 총리도 권력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일본의 비극은 한국의 부조리극으로, 비극을 은폐한 희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불량식품이 악이라던 정부는 방사능 오염식품에 눈 가리고 아웅식 처방을 내놓더니 이제는 호시탐탐 일본 전지역 수산물 수입을 재허용하려 기회를 엿본다고 합니다. 독도가 어쩌니 역사가 어쩌니 해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장사를 가로막을 뱃심은 없나 봅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약과입니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 그중에서도 일본과 가장 가까운 경상도에서, 오래된 핵발전소를 계속 돌리고 핵발전소를 더 짓겠다니 말입니다.


간 나오토 당시 총리는 물론 고이즈미 전 총리 같은 강경 보수 정치인들도 이제 탈핵을 외칩니다. 한국 탈핵 운동가들은 세월호 다음은 고리1호기, 월성1호기라고 분명히 경고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놓친 시간은 7시간이 아닙니다.

* 풀뿌리사랑방: 인의동 6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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