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박작가 에세이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항상 기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연주곡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 아침 알람 음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연주도 최고지만, 제목이 아름답다. '항상 기뻐하는 사람들'. 이 말은 20대에 음미하는 느낌이 다르고 30대에 음미하는 느낌이 또 달랐다. 무엇이 어떻든 기뻐한다는 말이다.
나는 언젠가부터 항상 기뻐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마음먹으면 위정자들이 나라살림을 말아먹는 걸 보면서도, 저 자식이 뒷주머니 챙기는 꼴을 뻔히 알고도 기뻐할 수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을 이 연주곡으로 시작하기로 했던 것이다.
다만 아침에 잘 일어나질 못해서 '5분 간격으로 세 번 울릴 때까지 안 일어날 거면 좀 조용한 음악으로 설정해 놓던가! 니미, 정신 사나워 죽겠네!'란 불평을 얼마 전에 아내로부터 들은 나는 봄여름가을겨울의 잔잔한 연주곡 '웃으며 헤어지던 날'로 알람음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 후 매일 아침, 보름이 지나도록 나는 너무나 좋아하는 연주곡 '웃으며 헤어지던 날'을 한 번도 듣질 못했다. (들은 기억이 없다.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기에.)
그러나 '항상 기뻐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10년 전에 아버지가 자기 차를 내 이름으로 등록해 두었던 기간, 내지 않아 쌓인 과태료 30여만 원을 어제 발견했지만, 이미 잊어버렸을 아버지에게 좀 내시라고 말할 수 없지만, 할 일은 쌓여 있고 갈 길은 멀지만, 난 기쁘다. 항상 기쁘다고.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