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막냇동생은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짐을 바리바리 싸서 기차를 타고 4시간 만에 행사장에 도착해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입장하는 줄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동생은 앞에 서 있던 본인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어른들도 없이 자기들끼리 구경 온 모습을 보고 “나도 시내버스, 지하철 타고 이런 데 올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그래서 다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려고 하는 거야. 공부 열심히 해.”였다. 서울에 사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그 어렸던 동생 눈에도 보였나 보다.포항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백로(白鷺, 흰 이슬)’를 만났다.마을 회관 옆 논에 거미가 전깃줄과 전봇대를 지지대 삼아 허공에다 크게 거미줄로 그물을 쳐 놓았다.새벽녘에 자욱하던 안개가 해를 만나 그 거미줄에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한걸음 뒤에서 보면 거미줄이 하얗게 보인다. 레이스는 아마도 이슬 맺힌 거미줄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되지 않았을까?허공에다 과감하게 그물을 쳐 놓았지만, 바람 한 번 사르르 불면 집이 통째로 날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다.거미줄처럼 학교가 사라질까 봐 이사 온 그다음 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