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도 어김없이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 북콘서트를 가는 길에 찍은 한강. ⓒ달팽이트리뷴
이날도 어김없이 김겨울 작가의 『아무튼, 피아노』 북콘서트를 가는 길에 찍은 한강. ⓒ달팽이트리뷴

 

10년 전, 막냇동생은 코엑스에서 열리는 행사에 가고 싶다고 했다. 짐을 바리바리 싸서 기차를 타고 4시간 만에 행사장에 도착해 물품보관소를 찾았다. 입장하는 줄에 서서 기다리는 동안 동생은 앞에 서 있던 본인과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어른들도 없이 자기들끼리 구경 온 모습을 보고 “나도 시내버스, 지하철 타고 이런 데 올 수 있으면 좋겠어…….”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그래서 다들 서울에 있는 대학에 오려고 하는 거야. 공부 열심히 해.”였다. 서울에 사는 것으로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 그 어렸던 동생 눈에도 보였나 보다.

포항에 공연장은 꽤 여러 곳이 있다. 호돌이탑이 있는 종합운동장,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정기 공연을 하는 예술 회관. 콘서트부터 클래식 공연, 마당놀이까지 가능하다. 그렇지만 수도권보다 공연 횟수는 현저히 적으며 원하는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결국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에서 자다가 눈을 뜨면 이상하게 한강에서 눈을 뜬다. 기차를 타고 가도, 버스를 타고 가도 눈을 뜨면 한강 위를 달리고 있다. 넓디 넓은 강 위를 건너고 있으면 ‘TV 예능, 드라마에서 허구한 날 나오는 그 강이구나’하고 서울에 왔음을 실감한다.

‘연말이니까 콘서트나 갈까.’ ‘요즘 핫한 전시회가 있대.’ 티켓은 어떻게든 구한다고 생각하며 예산을 짜기 시작한다. 티켓값과 교통비 10만 원, 숙박비 10만 원을 추가로 예산을 잡아야 한다.

교통편은 세 가지로 나뉜다. 10년 전에는 버스 이외에는 선택권이 없었다. 비행기는 버스와 비교해 가격이 너무 높았고 버스에 비해 하루 1회 운행했고 그마저도 공사와 탑승률 저조로 단항이 반복됐다. 지금은 서울 외곽 김포공항에서 서울 중심부로 가는 9호선 급행이 생겨 이동시간이 많이 줄었지만, 그 당시는 김포공항에 도착해도 결국 공연장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버스, 기차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버스를 타고 경주 톨게이트까지 국도로 달려 1번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5시간이 지나면 서울에 도착한다. 그나마 KTX가 들어오고 나서 시간은 단축되었지만, 버스와 비교하면 교통비는 두 배로 올라간다. 이미 서울에 올라가는 그 길에 있는 체력을 다 쓴다.

이제 숙박비를 생각해 보자. 공연장 근처 호텔이나 찜질방 등 다양한 선택권이 있으며, 지인과 가족이 있다면 다행히 0원이다. 그 모든 돈과 시간을 써야 누릴 수 있는 문화생활이다. 막상 서울에 살고 있는 동생은 여기도 살아도 딱히 문화생활을 누리며 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문 열고 시내버스와 지하철로 닿을 수 있지만 가지 않는 것과 같을 수 없다. 단지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마저도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상영관이 많이 없고 대형 배급사를 낀 영화들로만 상영 시간표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하더라도 너무 짧은 상영 기간에 관람을 놓치기 일쑤다.

친구들은 그렇게 서울에 갈 거면 서울에서 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수도권에 사는 것이 답일까? 높은 집값은 어떻게 하나? 나의 친구와 익숙한 동네들을 두고 단지 문화생활을 위해 올라가면 그건 행복할까? 두 가지를 양립할 수는 없을까. 서울 가는 교통비를 계산하면 얼마나 많을지, 길가에 뿌린 돈을 생각하면 가끔은 억울하다. 한 달 뒤에는 클래식 공연 예매, 두 달 뒤에는 록 페스티벌을 예매해 뒀다. 지방에 산다고 못 누릴쏘냐. 그래도 나는 최선을 다해 누릴 거다. 지방의 여유로움과 수도권의 다채로움을.

 

글, 사진_ 미야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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