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극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를 보고



“크고 화려한 것보단, 작고 아담한 이야기로 채워진 맛재마을”

맛재마을을 소개하는 팸플릿에 적힌 문구다. 맛재마을 주민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소소하면서도 알찬 마을문화를 표현하기에 아주 적절한 문구라고 생각된다. 맛재마을은 안동시 임동면 마령 1리에 있는 마을이다. 마령리는 1984년 임하댐이 건설되면서 대부분의 경작지와 거주지가 수몰되었고, 수몰민들은 이주하여 새롭게 마을을 형성했다. 때문에 마령 1리 맛재마을은 ‘마령단지’라고도 불린다. 이러한 ‘맛재’, ‘마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수몰되기 전 마을의 모습이 우마(牛馬)가 짐을 싣고 있는 형국, 또는 말발굽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수몰로 인해 새롭게 터전을 잡은 지금의 맛재마을은 인위적으로 형성되어 반듯한 네모 모양이다.

 

맛재마을 지도
맛재마을 지도

한국사회의 많은 농촌이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따른 소멸의 위기와 마주하게 되면서, 그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과 ‘민’을 아우르는 다양한 층위의 실천들이 행해지고 있다. 맛재마을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경북문화여행주민사업체로 활동하기도 하고, 2021년부터는 농촌자원 활용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계절별 농촌 체험, 떡 만들기 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 조롱박 공예 체험 등의 체험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2022년에는 안동시 문화도시에서 진행한 ‘문화로운 마을마을’이라는 이름의 마을 네트워크 사업의 지원을 받으며 주민들의 손으로 ‘팜 파티(Farm Party)’를 열기도 하고, 안동 문화도시 시민 거버넌스 정기 일정인 ‘모디데이’에서 주먹밥 만들기 체험과 각설이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맛재마을 팜파티 포스터, 맛재마을 팜파티 잔치상
맛재마을 팜파티 포스터, 맛재마을 팜파티 잔치상
7월 모디데이 포스터, 7월 모디데이
7월 모디데이 포스터, 7월 모디데이

맛재마을 주민들은 요리부터 노래와 춤, 짚풀 공예까지 삶 속에서 체득해온 재주를 발휘하고 흥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은 9월 29일부터 10월 3일까지 진행된 2022년 안동국제 탈춤 페스티벌에서 창작극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2015년부터 안동 지역의 마을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창작사업을 펼쳐온 놀몸문화예술교육연구소가 기획한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는 고전 ‘흥부와 놀부’에 맛재마을의 이야기를 첨가하여 각색한 내용이다. 공연은 10월 1일 토요일 안동의 월영교 개목나루무대에서 진행되었으며, 주요 출연진은 약 10명으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이었고, 공연에 사용된 소품과 의상도 마을 주민들이 직접 제작한 것들로 구성되었다. 특히 마을의 조롱박을 이용해 만든 탈이 인상적이었다.

 

제비탈과 제비의상을 착용한 주민
제비탈과 제비의상을 착용한 주민

놀몸문화예술교육연구소라는 단체와 마을과 몇 년 동안 소통한 문화기획자가 함께 준비했지만, 아무리 연습했다 한들 본래 배우가 아닌 주민들의 연기는 뻣뻣하고 엉성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 뒤에서 작게 대화하는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리기도 하는 등 일반적인 연극 무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도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런 실수, 어설픔을 자아내는 극의 구멍에서 관객들의 호응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주변의 관객들도 어느새 주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듯했다. 관객들은 장면 구성이 넘어가는 순간과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서로 설명하고, 주민들의 실수에 웃기도 하고, 극의 내용에서 현대적으로 각색한 요소들(흥부전의 마지막 장면에서 박에서 나오는 금은보화를 아파트 분양권, 미남 배우, 외제차 사진으로 표현)을 보고 환호했다. 극 마지막에 관객들과 다 함께 노는 대동 난장 시간에는 앞에 앉은 관객들이 배우들의 손에 끌려나갔고 함께 춤추고, 관객석의 몇몇 사람들도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맛재마을 공연은 응원과 환호 끝에 마무리되었다.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당일 개목나루무대에서 함께 진행된 공연들은 모두 프로 혹은 최소 준프로들의 공연이었다. 그런 공연 가운데 배치된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는 조금 이질적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재마을 주민들의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것은 마을문화가 가진 보편성, 참여성, 그리고 “크고 화려한 것보단 작고 아담한” 것이 자아내는 어떤 미학 때문일 것이다.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맛재마을 대박 났니더 공연

공연을 마친 이후에도 맛재마을은 마을 간 교류와 협력을 모색하는 ‘마을활동공유대화’에 참석하기도 하는 등 활동을 넓혀가고 있다. 마을문화는 문화의 창작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지 않으면서, 창작과 소비, 전승이 함께 이루어지는 순환적 성격을 갖고 있다. 현대사회의 마을문화는 과거와 달리 주류적인 위치에 있지 못하지만 다양한 활로를 통해 새롭게 유통되고 있다. 수몰로 인해 이주하게 된 맛재마을 주민들은 다양한 계기들과 마주하면서 마을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부 세계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새로운 문화생산자로 활약하고 있는 맛재마을 주민들을 응원하며 글을 마친다.

 

글 _ 안솔잎 안동대학교 민속학연구소 공동체문화연구사업단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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