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사업이었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및 정신요양시설 실태조사’의 경북지역 조사원으로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이런저런 기회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이라 불리는 곳은 종종 드나들었지만, 정신장애인요양시설을 집중해서 살펴본 것은 처음이었다. 시설과 폐쇄 병동이 합쳐진 듯 한 그곳은 대게 외딴 산골짜기 거대한 부지에 우뚝 서 있었다. 개개인의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옷에, 똑같이 머리를 빡빡 밀고 있던 사람들, 문짝도 없이 화장실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창의 생활실, 하루 한 번, 정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