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와의 첫 만남은 2017년 포항 지진 다음날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되었다.스피커폰의 잡음이 섞인 흐릿한 목소리로 “나도 이제 살고 싶어요…”라고 했었다. 식사 중이었던 나는 얼른 통화를 마무리하고 동료와 함께 포항 창포 주공으로 향했다. 12층으로 올라가서 벨을 누르는 순간까지도 성우의 모습을 상상하며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할지 궁금했었다.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아무도 나오지 않아 약간 멈칫하다 문을 살짝 열었더니 그제서야 들리는 성우의 목소리. “들어오시면 돼요.” 방까지 들어가는 거리는 5미터 정도였고 방 쪽으로
1_ 진화의 역사 돌아보기인위적인 전쟁이건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건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효율과 인권은 충돌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항상 모든 걸 대비하거나 모든 게 갖춰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저 문구가 ‘거짓 신화’로 치부되어야 할 당위는 충분하다. 편의주의로 효율을 운운하기 시작하는 순간 면죄부가 생긴다. 우리는 ‘가난은 나라도 구할 수 없다!’ 같은 동종의 거짓 신화를 무수히 알고 있다. 이런 ‘합리’를 빙자한 전가의 보도를 쥐여주는 순간 괴물과 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