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역사 속에서 없던 해가 되는 것은 아닌지

 

소설 『마지막 섬』(쥴퓌 리바넬리 )은 자연의 힘이 저항의 주체가 되어 하나씩 망해가는 그리하여 천국과 같은 섬이 참혹하게 지옥의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소가구가 소유권의 다툼도 분쟁도 없이, 제제도 제약도 경계도 없이, 그렇다고 내 것, 네 것 나누지도 않던, 비둘기들이 원래 주인이었던, 자연 그대로 더불어 살았던 평화로운 모습이 권력을 가진 자의 추악한 무지와 무례함으로 파괴되고 필연적으로 모두가 죽어가는 지옥의 섬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책에서 말하듯,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탁월한 정치적 우화’라는 설명처럼 작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어쩌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책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작, 오진혁 역, 호밀밭, 2022
책 〈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작, 오진혁 역, 호밀밭, 2022

 

전체를 흐르는 힘은 무엇일까? ‘절대 비밀’로 지켜왔던 지상낙원의 평온한 삶, 관광지의 엽서 속의 풍경 같은, 나아가 평화로운 섬이 천국이라는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준다. 전체 40가구가 전부인 섬 주민은 텔레비전 수신조차 불가능한, 그래서 겨우 1주일에 한 번씩 들리는 여객선에서 보내주는 신문을 통해 세상의 일을 접한다. 작가의 말에서는 ‘바깥세상의 소식은 스타워즈 정도로 여길’ 평화의 장소가 바로 그 섬이라 밝히고 있다.

이 평화는 계속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보트 한 척이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 공무원 풍의 선글라스, 무전기를 가진 이들이 둘러보고 난 다음 일은 벌어진다. 아무도 상상 못 할 전직 대통령 ‘그’가 안전한 자기만의 도피처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후 그 섬의 역사와 축복은 영원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웃과의 경계라고는 숲으로 덮인 둘레가 전부였는데 ‘그’는 이사 온 집 앞을 정원 정리라는 이름으로 숲을 제거하고 길을 만들어 맨땅을 밟게 했다. 운영위원회(회장은 전직 대통령, 운영위원 아내 등)를 개설, 딸을 놀라게 한 비둘기를 테러범이라는 이름을 붙여 몰아내기 위한 살상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일련의 모든 것들은 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전직 대권을 가진 자의 횡포에 의해 자기 마음대로 이 섬을 지배하는 것이 되고……. 유일하게 이러한 횡포를 부리는 자에게 반발하던 운영위원 한 명(소설가)의 반발,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연과 고요한 평화의 섬의 파괴되기 시작한다.

통치자의 위치에 스스로 오른 다음 갈매기를 모두 사살할 것을 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결의한다. 그에 반대하는 주인공 ‘나’와 애인 ‘라라’가 쓴 성명서가 푸시킨의 시 일부를 인용한 것을 이유로 ‘공산주의’ 취급을 받는다. 수백 장의 성명서에 찬동하는 사람도 모였지만, 결국은 그 섬의 원주인이던 갈매기 수십 마리가 경호원들의 총에 맞아 물속으로 피를 흩뿌리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죽어가는 갈매기를 바라보던 중 수많은 갈매기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고, 이웃으로 왕래조차 가로막으면서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죽어간다. 혹 이웃에 가려면 냄비를 철모처럼 쓰고 다니지만, 이리저리 물려 치명상을 입고……. 갈매기 사살에 이어 갈매기의 알을 없애기 위해 여우를 수입하고, 그러자 먹이를 잃은 뱀들이 집안 마당까지 침범하여 우글거리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치료 약이라고 가져온 것의 독한 냄새는 차라리 뱀에 물려 죽더라도 참기 어려운 것이 되고……. 결국 모두가 섬을 떠나고 이와 같은 일련의 통치를 반대하던 ‘소설가’의 반발, 그의 과거를 들추어내어 처형시키는 모습까지….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현실에 놀란다.

 

 

노동자의 피와 땀이 없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진리다. 원래 삶의 주인은 노동이었다는 사실, 즉 노동자와 그들의 노동이 오늘을 있게 했다. 그런데 그들의 정당한 권리 요구에 대해 대리권이라는 법적 방법이라는 말로 생계와 안전을 협박하고, 그것도 이런저런 사람을 장관이니 하면서 들러리 세우고(그들도 한때는 노동운동을 했다는데), 잘못을 지적하는 일에 좌파니 공산주의식이니 하면서 몰아세운다.

노동자들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법이야말로 평화의 섬을 죽음의 섬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말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유일하게 반발하던 사람에 대해 과거 반대파의 일원이었다는 이유로 입을 봉해 추방해버리는 것이 어쩌면 지금 우리의 상황과 이리도 닮아있는가? 자신을 비호하는 세력을 살리기 위해 산목숨 160여 명을, 우리 시대의 희망을 하늘로 보내고도 고개 한번 숙이지 않고 키득거리고 권력을 만끽하는 모습이 이리 닮아있다.

결국, 권력자도 뱀에 물려 도망가다 죽게 된다. 이미 잘못을 알았으면서도 고치지 않아 남을 그렇게 죽이고 섬을 떠나게 했던 ‘그’도 스스로 벌였던 죽음의 통치의 결과로 생을 마친다.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모습이 맞이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꼭 일독을 권한다.

2022년이 역사 속으로 흘러간다. 제발 악한 권력이 창궐하는 시기가 이젠 끝났으면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2022년 마지막 주간에

 

김영민 _ 전 구미YMCA 사무총장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하고서 고치지 않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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