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체험홈에 거주하는 시설 퇴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오래전부터 무료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삶에 대해 알아가게 되었고, 현재도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시스템이나 총회에서 보았던 정관이나 뭐 그런 것들은 잘 모른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대한 부분이지 그 외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현재도 그렇다. A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나의 관점은 오로지 이것이다.

첫째, A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둘째, A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1차 사건의 인지 시점 후 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왜 개입하지 않았나?

 

A센터 회원인 시설에서 퇴소하고 자립한 장애인 당사자 간 일어났던 금전 피해 사례는 보편적으로 생각해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여겨진다. 그들이 장애인이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말이라는 것은 관계의 시작이기도 하다. 조직에서 말의 의미는 말의 무게이며 말의 힘이다. 이러한 말이라는 것이 힘을 갖는 것은 특히 조직에서 어떠한 역할 즉 그 직위에서 나오며, 그 역할의 자리에서 나온 말의 힘은 권력으로 작용한다. 지난 임시이사회에서 나온 말의 힘, 무게는 어디로 향하는가?

A자립센터의 이번 사건은 두 가지 관점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설 퇴소 장애인 당사자 간 특수 관계성의 위력에 의한 그루밍으로 일어난 사건이다.

둘째, A센터라는 조직과 장애인(회원인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에서 일어난 그루밍이며 가스라이팅으로 보는 관점이다. A센터는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도 가해자, 피해자와 교류하며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된다.

A자립센터는 금전 피해 사건에 연루된 장애인들을 관리하는 데 조직의 힘을 사용했다. 과연 A센터만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왜 피해 장애인의 항변은 알려지지 않았고 탄원서라도 한 번 내지 못했나? 누가 그렇게 만들었나?

 

 

A자립센터 시설 퇴소 회원들에게 오래전에 발생한 장애인 당사자 간 금전 피해 사례는 시설 퇴소 장애인 간의 특수 관계성 속에서 장기간 지속적인 위력으로 인한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으로 일어난 것이라고 보이며 장애인 당사자 간의 문제일 수도 있겠거니 하겠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1차 피해 사례 진상 조사에 이어 2차 피해 사례가 발견이 되고, 피해 금액은 엄청나게 불어났으며,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도 모르는 장애인도 있다고 들었다. 여기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드는 의문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A자립센터는 언제 이 사건을 인지했고 대처 방식은 어떠했는가?

1차 피해 사례를 처음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기나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A센터는 본 사건을 유기하고 2차 피해 발생의 원인 제공자로 역할을 했다.

이름 없는 일개 시민 나부랭이인 내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A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서 그들이 유기한 이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책임이라는 단어가 없는지.

 

내가 말하는 책임이라는 단어는 A센터의 개인 누군가에 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인 A자립생활센터가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권익옹호를 위해 활동한다면서 1차·2차 금전 피해 사건에 연루된 장애인 회원들에게 행한 생존권 위협에 대해 책임을 묻고 싶다는 것이다. 그들의 대처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두 차례의 사과문으로 대체하고, 문제의 본질을 피해 사례 파악과 규명쯤으로 내달리는 A센터의 태도가 진정 A센터의 사회적 역할이고 기능의 한 부분인가?

왜 1차 피해 사건을 인지하고도 개입하지 않았나? 금전피해자 발생의 원인 제공자로 ‘제명’되는 가해자 외에 개입하지 않은 A센터도 2차 가해자이다. 그렇다면 뭔가 맞지 않는다. 그 가해자가 제명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면 또 다른 2차 가해자인 A센터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피해 사례 파악과 규명에는 반드시 A센터의 ‘대처 방식’에 대한 규명도 동반되어야 한다.

나에게 있어서 A센터의 임시이사회라는 드라마의 한 챕터는 끝났다. 나는 드라마 속에 있지 않고 드라마 밖으로 나왔다. 각본이 어떻게 쓰이고 어떤 연출이 펼쳐지는가는 드라마 속 그들의 몫이다.

몇 년 전 경찰서에 간 경험이 있다. 내가 교육하는 성인 발달장애인이 성추행을 해서 부모 대신 쫓아갔다. 버스 정류장에서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성추행을 당해서 신고 한 생머리의 원피스를 입은 갓 결혼한 여성을 경찰서에서 만났다. 내가 발달장애인에 관해 설명해 주었고,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다고 말해 주었다. 그 여성은 선처를 해 주었고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선처가 고마운 것이 아니라, 신고하기도 쉽지 않았을 터인데 용기를 내어 신고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혹여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반드시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 성인발달장애인은 두 번 다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한 행동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경찰서와 경찰 아저씨는 무섭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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