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공공서비스 정책에 맞서야 할 때입니다”

 

7년 전 오늘(2016년 5월 28일)은 구의역 9-4 승강장에서 19세 하청노동자가 선로 쪽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숨진 날입니다.

19세 청년 하청노동자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던 ‘위험의 외주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습니다. 안전과 생명을 경시하며 이윤 중심의 경영 효율과 비용 절감만을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어온 우리 사회의 물신 숭배적 풍조에 전 사회적인 반성의 계기를 제공했습니다.

사고 당시 스크린도어에 붙여진 수많은 포스트잇 쪽지에는 사고의 책임을 개인의 부주의로 전가해왔던 돈 중심과 권위주의적 구조에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내용으로 가득 찼습니다. “네 잘못이 아니야”, “돈이 사람을 죽였다”, “희망을 품고 미래를 위해 일했던 19살 청년의 죽임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돈만을 추구하는 사회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요? 미안하고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잊지 않고 행동할게요”라고 적힌 쪽지의 글들은 많은 사람의 생각을 대변해 주었습니다.

사회적인 반향에 힘입어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기 위한 시민대책위가 꾸려졌고 활동의 결과로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로부터 공식 사과와 진상조사 활동에 대한 합의를 끌어냈습니다. 진상조사단은 6개월에 걸친 진상조사를 거쳐 2차례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안전시스템, 시설기술, 고용인력 측면으로 나눠 개선해야 할 핵심 권고안을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에 제시하였습니다.

서울시는 책임 추궁이 아닌 원인 규명 중심의 권고안에 따라 위험의 외주화를 해소하기 위해 안전업무직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고, 지하철 운영 시스템의 통일을 위해 양 공사를 서울교통공사로 통합하고, 유지보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심야 연장 운행을 폐지하는 등 시민과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한 시정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경영 효율과 비용 절감을 앞세우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시 들어선 이후, 안전을 위한 진상조사단의 권고안은 무력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궤도협의회
사진 출처=궤도협의회

 

예산을 이유로 노후 장비 교체는 방기한 채 장비 노후화로 인한 장애를 직원의 과실로 전가해 징계하고, 장애 발생 건수를 축소할 것을 강요하고, 유지보수시간 확보를 위해 폐지했던 심야운행을 재개하고(2022년), 2인 1조 및 역무 안전 등을 위한 243명의 인력 충원 권고는 사라지고, 작업자 안전을 위한 고정문 철거조차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관리소 증설 및 관리인력 증원은커녕 2021년 일방적인 직제개편으로 사업소 정원을 100명 이상 감축하고, 안전업무직의 정규직 전환 또한 직급 단계를 낮추고 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등 불이익을 주고, 전환자들에 대한 차별 문제를 온존시킴으로써 직원 간 갈등과 분열을 통해 노조 약화의 기회로 삼고 있습니다. 양 공사 통합 당시 중복 인원을 현장인력 충원으로 최우선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업 인력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공사 감독 및 입회 등으로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는 2중으로 증가해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뀐 이후 윤석열 정부는 공공서비스의 ‘민영화-영리화-시장화’ 정책 기조를 다시 들고나옴으로써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우선 가치로 삼는 서울시의 정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공공서비스의 영리화・시장화는 결국 지하철의 안전과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이전 체제로의 퇴행을 의미합니다.

오늘 우리는 공공부문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민영화・외주화를 통해 안전을 무장해제 시켰던 시장과 이윤 중심의 체제가 구의역 김 군의 생명을 앗아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시민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며 역주행하는 윤석열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의 공공서비스 정책에 맞서 시민들과 함께 다시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비가 내려 더욱 슬픈 날, 구의역 김 군을 추모합니다.

 

2023. 5. 28.

 

권영국 변호사, 전 구의역 사망재해 진상조사단 단장



 


※ 5월 27일 구의역 참사 추모제에서 ‘진상조사단  권고와 이행 결과’에 대해 발언한 내용을 정리하여 기고하였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