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노벨문학상 시즌이 되면 누가 상을 받을지에 대한 예측 기사가 쏟아지곤 한다. 우리나라 작가나 이미 유명한 작가의 이름이 강력한 후보로 오르내리면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된다. 유명한 작가가 상을 받게 되면 독서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는 것 같다. 마침 얼마 전 202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올해 수상자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이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노벨상 특수’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번 호*에서는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가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달팽 페미니즘에 대해 관심이 생긴 이후로 노벨문학상의 권위에 대해 의심이 생겼다. 2018년도에 스웨덴 한림원에서 미투 스캔들이 있었고 그 여파로 노벨문학상의 수상이 일 년 미뤄진 적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상작의 저작권에 대한 불공정한 관행 문제로 최은영, 김금희 등 인지도 있는 작가들이 2020년 이상문학상 수상을 거부하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만큼 수상작 리스트를 꼭 챙겨 읽거나 맹신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독자로서 상의 한계를 인지하고 수상 리스트를 참고하게 된다. 수상작이라고 해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좀 더 자기 주도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인다. 수상작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접하게 되는 것은 좋지만 수상한 책이 어떤 책인지 상의 의미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토론은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 오늘 가져온 책은 미투 고발 다음 해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태고의 시간들』(은행나무)이다. 또 2018년 맨부커상 수상 작품인 애나 번스의 『밀크맨』(창비)을 가지고 왔다.

달은 일단 노벨상 수상작은 읽어봐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다. 나도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 두 권을 소개하고 싶다. 『다정한 서술자』(민음사)는 에세이로, 특히 번역가에 대한 고마움을 진심으로 전달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폴란드어처럼 낯선 언어의 책을 읽으려면 번역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는 번역가가 세상을 구원하는 헤르메스와 같다며 칭송한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은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민음사)이다. 추리 장르라고 할 수 있는데, 동물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늘 소설을 쓰고 싶은 열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을 읽으면 글을 쓰는 것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평소 수상 리스트를 긍정적으로 참고하는 편이다. 수상작을 통해 새로운 작가들을 알게 된다. 바다거북 나는 201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앨리스 먼로의 책을 가져왔다. 이 작가는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 이미 은퇴를 선언했었고, 상을 받고 나서 일 년 후 생을 마감했다.

개인적으로 노벨상의 상금이 과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상을 받고 나면 인세가 많게는 천 배가 뛰기도 한다. 어떤 작가들은 상을 받고 부와 명예를 얻고부터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우리나라도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 곧바로 수상작 금박이 박힌 책들이 서점에 깔리게 된다. 출판사들이 상의 본래 의미와 취지보다는 수상 그 자체를 마케팅 포인트로 광고하는 것 같아 아쉽다. 그 외에도 ‘뉴욕 타임스’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던가, ‘타임’지 추천이라는 홍보문구가 들어있는 책은 오히려 나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미야 이전에는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문학상에 입상해서 등단해야 ‘작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립 출판이 늘어나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등단하지 않았다고 해서 ‘작가’라는 이름의 가치가 줄어든다고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등단 작가를 깎아내리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길로 작가가 된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고지식함을 비판하는 것이다. 가장 권위 있다고 하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은 읽어도 어렵거나 이해를 못 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책을 가져왔다.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민음사)이라는 책이다. 홀로코스트를 겪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데, 고통을 겪은 삶도 나의 삶이라는 책의 주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오래 남았다. 또 한 권은 ‘비등단 작가’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이슬아 작가의 『가녀장의 시대』(이야기장수)를 가져왔다. 그녀의 첫 장편 소설이 성공했고 곧 드라마로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유차 나는 한강 작가가 『채식주의자』(창비)로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받았을 때, 독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서 노벨문학상이나 맨부커상을 수상한 책들은 얼른 따라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채식주의자』를 읽지 않으면 마치 대한민국 독서 인구에 포함될 수 없다고 느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이었기 때문에,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책들을 따라가면서 읽으려 노력했다. 요즘에는 출판사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시즌이 되면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생중계하며 독자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도 한다. 독서 인구가 많이 줄었기 때문에 이런 이벤트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추천하는 책은 송섬 작가님의 『골목의 조』 (사계절)이다. 이 책은 박지리문학상 2회 수상작이다. 박지리문학상은 아직 3회밖에 되지 않았는데 신선하고 독창적인 수상작을 만나 볼 수 있다. 보통 문학상 수상작은 이해하기 어려운데, 박지리문학상의 수상작은 ‘영 어덜트’ 느낌이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욘 포세임을 알리는 스웨덴 한림원의 소개 이미지. 일러스트: Niklas Elmehed ©Nobel Prize Outreach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욘 포세임을 알리는 스웨덴 한림원의 소개 이미지. 일러스트: Niklas Elmehed ©Nobel Prize Outreach

하지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의 책은 서점에 가면 아직 평대에 깔린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나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은 읽지는 않더라고 일단 사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어려워서 완독한 적이 거의 없다. 아니 에르노의 『세월』(1984Books)을 읽다가 낯선 프랑스 근현대사 관련 지식들 때문에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여성작가의 눈으로 쓴 소설을 찾아보았다. 박완서 작가 역시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읽어본 책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에르노의 책을 노벨문학상 수상 덕분에 읽게 되었지만, 아니 에르노를 통해서 박완서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에서 작가의 유년기가,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웅진지식하우스)에서는 작가의 젊은 시절과 우리나라의 근현대사가 날카롭고 솔직하게 씌어있다. 노벨문학상의 대부분은 영미권과 유럽권 작가들이다. 아프리카나 아시아 작가들은 거의 없다.

노벨상을 받은 작가가 우리나라에 없다고 해서 우리 문학이 프랑스나 영어권 국가보다 덜 훌륭한 것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프랑스의 박완서가 아니 에르노일지도 모르겠다. 박완서 작가가 열 살이나 더 언니기도 하니까.

 

글_ 하지

 

*달팽이트리뷴 89호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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