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도시 재개발에 맞서기 위한 대안은 결국 공동체 복원

 

20년 전쯤 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고되었다. 당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흔히 ‘동네 마트’라 불리던 중소형 마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형마트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위들은 지역 내에서 서명운동과 일인시위, 항의집회 등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속 조합원에게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이참에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수천여 조직을 가진 노동조합에 기대를 피력하던 상황. 이제 열심히 서명을 조직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현장 조합원들은 의외로 반응이 시큰둥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재래시장을 이용하기엔 퇴근 후엔 너무 늦고 여유시간에도 불편한 게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배짱장사를 한다거나 그동안 노동조합 활동에 거의 대부분 사용자 편을 드는 등 비우호적이었다는 것이다. 자기들 어려울 때 도와 달라고 하지만 반노동적 시각을 가진 이들을 왜 도와야 하느냐는 항변이 심심찮게 나왔다. 차라리 대형 마트가 입점하면 여유롭게 장을 볼 수 있기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특히 노동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장시간인 비정규직, 그리고 젊은 층으로 갈수록 그런 입장이 두드러졌다.

결국 대형 마트는 동네에 입점했다. 반대 운동의 결과로 일정한 ‘지역상생’ 정책을 끌어내긴 했지만 진행 과정에서 겪었던 당혹감, 그리고 일부에 편중된 것 같은 혜택 때문에 뒷맛이 썩 개운치 못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급속도로 대기업의 유통사업 진출이 진행되면서 어느새 비슷한 상황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by 뉴스타파)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 by 뉴스타파

 

재래시장에 대한 세대별·계층별 시각차

재래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는 제각각이다. 이 부분은 정말 개인 나름의 경험과 기억, 상황과 판단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하지만 공통으로 재래시장 관련 긍정적인 입장과 부정적인 입장의 근거가 확연히 틀리진 않는다. 다만 세대와 경험에 따라 어느 한쪽에 속하게 될 뿐이다. 기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오랜 시간 유지되고 있는 지역, 즉 ‘공동체’적 측면이 남아 있고 ‘생활권’으로 묶인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재래시장에 대한 이용도와 애착이 더 강한 편이고, 반대로 새롭게 형성되는 중이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딱히 크게 매력적이진 않을 것이다.

근래 들어 젊은 층이 재래시장을 찾는 건 과거의 이용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청년세대의 경우 재래시장을 왕래하는 건 기성세대의 생필품 구입과는 별개로 맛집 탐방 등 관광 연계 측면이 상대적으로 부각된다. 그렇게 도시 내에서도 관공서와 지역사회의 협력으로 ‘랜드마크’화를 위한 지원 대상이 되는 곳과 외면당한 곳으로 재래시장의 명암은 나눠지고 특화된 일부를 제외하면 사라져가는 중이다.

서울에서 재래시장은 관광 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몇몇 재래시장들, 광장시장이나 통인시장 등 몇 곳 외에는 대개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소멸하고 있다. 재개발은 대개 주거용 아파트 단지, 혹은 주상복합 형태를 취하는 게 일반적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지지기반이 있고 지자체의 의지가 있다면 공공개발을 통해 재래시장의 대표적 취약점인 기상의 영향이나 공유시설, 주차 문제 등을 해결하는 유형을 취하게 된다. 천장을 만들고 화장실과 주차장 등을 공유하는 ‘아케이드’ 형태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공개발은 관공서 입장에서 재원 마련과 실무 책임 등으로 인해 상당한 의지와 합의가 없다면 꺼려지는 방식이다. 그냥 민간사업자가 알아서 잘 기획하고 골치 아픈 내부 구성원 합의를 원만히 해결해 주길 바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활히 잘 조율되지 않는 순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가운데 재개발은 표류하게 마련이다. 다큐멘터리 <오류시장>은 그런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류시장 상인들의 활동이 기록되기까지

‘오류시장’은 서울 구로구 오류1동에 자리한 소규모 재래시장이다. 1968년 건립된 오류시장은 전성기에 1-2층 상가 건물단지 통틀어 200여 개의 점포가 영업할 만큼 번성하던 곳이다. 1층엔 채소와 정육, 해산물 등 먹을거리를, 2층은 포목과 의류 등이 취급되면서 해당 분야별로 10-20곳 가게가 들어서 규모와 선택지를 확보하고 자체 순환이 가능한 구조였다. 하지만 서울이란 도시 내에서 세대별 사이클에 따라 재개발 열풍이 불어오던 1990년대 중후반에 재개발 논의가 시작되고, 민간사업자가 외부에서 유입되는 가운데 혼선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입점 상인들이야 귀는 쫑긋 세우면서도 하루하루 생업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을 테다. 그런 가운데 초창기 사업자가 야반도주에 가깝게 급작스럽게 사라지고 지분을 넘겨받은 업체는 일방적인 개발 계획을 밀어붙였다.

본격적으로 신규 사업자가 활동을 시작한 2010년대 이후 다른 재개발 분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풍경이 오류시장에서 일상이 되기 시작했다. 재개발 동의를 얻겠다며 편법과 강압을 상인들에게 가했고 등쌀에 떠밀리거나 희망을 잃은 일부는 차례로 시장을 떠났다. 남은 이들에겐 (소수일수록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란체스터 법칙’처럼 더 가혹한 강요가 일어난다. ‘어깨’들이 시장을 활보하거나 고의로 정비를 방치해 사람들의 발길을 끊게 만드는 식이다. 재개발 추진을 위한 조합 구성이나 규정도 실제 상인들의 이해관계와는 동떨어진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판에 박힌 탄압 상황이다. 버티기만 해서는 약은 업자들의 수단에 대항하기 어려울 게 뻔해 보였다.

감독은 우연찮게 구로구에 머물고 있었다. 처음부터 시장 상인들에 연대 활동을 위해 간 건 아니었다. ‘구로공동체라디오 구로FM’에서 장기간 활동하고 있던 참에 오류시장 상황에 관여하게 된 셈이다. 21세기 초 이후 몇 군데 지역에서 시도된 소규모 라디오 방송 사업의 하나로 활동하던 구로지역 공동체 라디오는 시민의 참여 문턱을 최대한 낮추고 지역밀착형 방송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지역 현안을 다룰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지역 풀뿌리 언론매체도 가세해 실상을 알기 어려운 지역민들에게 실상을 알리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사연을 알릴 방도에 익숙하지 않던 시장 상인들에게 원군이 되어줬다. 영화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시장 내 공터에서 현장 라이브 중계를 구로FM이 진행하는 풍경은 바로 그런 지역공동체 라디오의 순기능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능한다.

 

십여 년째 지속하는 개발업체 vs 시장 상인들의 대결 구도

그렇게 영화는 오류시장에 (영화에 담긴 2022년 중반까지) 남아 있던 16개의 점포 중 ‘성월떡집’의 서효숙 & 김영동 부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시장이라곤 상상하기 힘든 어두컴컴한 골목 곳곳에 이들 부부가 불을 켜고 골목 구석구석을 청소하는 풍경이 관객의 눈앞에 펼쳐진다. 대수롭지 않아 뵈는 장면이지만 간략한 설명을 들으면 그 의미가 곧 이해된다. 그 일상적인 풍경은 곧 거대한 개발 자본에 맞서는 약자의 ‘투쟁’ 자체로 기능한다.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 by 뉴스타파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 by 뉴스타파

관리 책임자인 업체가 시장 자리를 관리하지도, 정비하지도 않는 관리 태만을 통해 이곳에 남아서 생업을 영위하려는 상인들의 마지막 숨통을 죄이기 위한 고의적 방치를 꾀한다는 건 쉽게 간파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항해 이곳이 시장으로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상인들의 몸부림은 잘 드러나지 않고 간과되어온 부분이다. 성월떡집이 (손해를 감수하고) 감당하는 전기요금 내에서 시장 골목 구석구석에 전기를 넣었고, 조금이나마 비용 부담을 낮추고자 여기저기 거울을 설치해 놨다. 띄엄띄엄 배치된 전등의 조명을 극대화하기 위한 궁리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새벽에 문을 열고 한밤중에 문을 닫으면서 김이 풀풀 나는 떡가래를 뽑아내면서 이웃 상인들과 동네 단골들을 맞이하는 부부의 일상이 그들의 사연 및 투쟁 현황과 교차하며 보따리를 풀어내듯 펼쳐진다. 번잡한 와중에 밥 한술 뜨면서 촬영 중이던 감독에게 같이 숟가락을 들자고 권하고, 오랜만에 들른 이웃들이 시장의 전성시대를 회고한다. 을씨년스러운 현재의 모습이 시장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들려주고픈 마음일 테다. 하지만 그저 이렇게 버티기만 해서는 답이 없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16개 점포 상인들은 그나마 개선된 개발 관련한 법과 제도 덕분에 조합 총회 등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업체는 잔류 상인들의 발언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다. 지분은 절대다수이지만 상인들보다 숫자로는 열세인 점을 감안해 자신들이 가진 지분을 실제 오류시장에서 영업하던 상인들이 아닌 이들에게도 쪼개기로 숫자를 불려 의사결정권을 확보한 것이다. 아무리 조합 규약이나 회의 진행을 문제 삼아도 조작된 ‘다수결’ 덕분에 무력화되는 판이다. 정석적인 회의 참여와 개입으론 눈 뜨고 코 베이는 것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관할 지자체인 구로구청은 그저 개발이 속히 진행되어 황폐해진 시장 부지가 업체가 공언한 대로 근사한 ‘주상복합’단지로 변신하기만 기대할 뿐, 분쟁을 해결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결국 상인들은 자신들의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장외로 나가야만 한다.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하지만 ‘투쟁’이라니 중·노년 상인들이 생전 해보지 않은 활동이다. 거리를 오가는 낯선 타인들에게 오류시장의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하려니 겁부터 덜컥 난다. 그런 평범한 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순간부터 어느 찰나에 말문이 틔는 역사적 장면까지 카메라는 찬찬히 식물이 씨앗에서 싹이 터 성장하는 과정처럼 차분하게 조망한다.

그런데 한번 입이 열리니 청산유수다. 워낙 억울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예전에 관전할 때는 다른 이들이 서명을 요청하거나 선전물을 돌리는 걸 쓸데없는 짓이라 치부하거나 강 건너 불구경처럼 외면하곤 했다는 고백도 이어진다. 장사 일에 바쁘다 보니 대화가 적었던 자녀가 부모의 서툴지만 끈질긴 싸움에 합류하는 보기 드문 풍경도 펼쳐진다. 이벤트 차원으로 치고 빠지는 작업이 아니라 지역사회 내 일원으로 장기간 함께 했기에 담을 수 있었던 풍경이다.

중반이 지나면서 업체가 원했던 시장 정비사업이 2016년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자 겉으로는 평화롭던 시장 상인들의 대응도 강도를 높여간다. 상인들은 항의집회와 기자회견, 서명운동을 넘어 서울시의회 내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는 등 수위를 올린다. 등장인물들의 목소리도 조곤조곤할 수만은 없다. 물이 천천히 예열되듯 상황과 대처는 가팔라진다. 지역 매체와 사회단체 활동가들의 조력은 작지만 꾸준히 도움이 되어준다. 지분 쪼개기의 허점을 논파한 덕분에 2018년 법원에서 개발 계획의 하자를 보완하라는 판결이 떨어진다. 이런 부류의 기록영화에서 드물게 보는 ‘작은 승리’의 순간이다.

이참에 상인들과 지원 단위는 ‘공공개발’을 지자체에 요구하지만 여전히 관청에선 자기들이 책임을 짊어질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한번 쓴맛을 본 개발업체는 다시 정비 사업을 보완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그런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변모한 주역들의 면모와 여전한 일상으로 다큐멘터리 속 시간은 저물어간다.

 

예정된 패배에 갇히지 않고 영화 속 현실에서 봐주길 기대하는 것들

작품 속 내용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결국 이 영화가 완성된 직후인 2023년 7월에 서울시의회는 업체가 보완해 제출한 정비사업계획을 재차 승인하고 만다. (물론 핵심적인 계획 변경은 없었다) 아직 본격적인 물리적 액션은 취해지지 않았지만, 승인이 난 만큼 업체는 지하 6층, 지상 26층의 거대한 주상복합단지 건설을 밀어붙일 것이다. 구로구 지자체 역시 얼른 시장부지에 건물이 올라가기만 기대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억세게 견뎌온 상인들은 결국 선택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미래는 <오류시장>이 다룰 수 있는 범위 바깥의 문제다.

영화는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도시 재개발의 폐해와 갈아엎는 과정에서 버려진 가치에 대해 찬찬히 돌아보기를 관객에게 기대한다. 감독 본인이 공동체 라디오 스태프로 활동하면서 기록한 내용이 영화가 된 터라, 장면 곳곳마다 꾸준히 (거의 10년에 걸쳐) 기록한 꼼꼼함이 돋보인다. 라디오 사연을 마치 ‘보이는 라디오’ 형식처럼 구성해 재개발에 맞선 투쟁 영상이라면 흔히 선입견을 가질만한 심적 피로를 완충해 주는 역할도 소화한다. 언뜻 투박하고 느릿느릿 진행되지만 그런 방식은 감독의 태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 by 뉴스타파
“오류시장” 스틸 이미지. by 뉴스타파

결국, 감독의 바람은 이런 것 같다. 격렬한 투쟁에서 패배할 운명의 약자를 비극적으로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선입견 때문에 놓치고 마는 주변의 일상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영화 속 상황, 극적인 순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해당 부류의 사건에서 정석적으로 담아내야 할 것들을 빼먹지 않고 다루려 애쓴다. 그런 안배를 통해 오류시장의 사정이 특별한 게 아니라 우리 동네 구석구석에서 볼 수 있는 현안이란 점을 차근차근 형상화해낸다. 결국 오류시장의 극히 일부만 남아 있던 상인들이 여기까지 버텨내고 힘을 내어 포기하지 않고 작은 성과를 축적해온 데에는 해체되지 않은 지역 공동체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이 영화는 말하려 한다.

 

‘공동체’의 복구가 결국 해법이 되리라는 믿음의 영화

그 중심에는 반세기 넘게 시장 터가 가진 시공간의 기억을 형상화한 것 같은 16개 점포의 상인들, 그리고 이들과 끈끈하게 유대를 구축한 지역민들의 동정이 자리한다.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결속 수단으로 (자치구 내에서만 수신 가능한) 지역밀착일 때 그 효용이 극대화되는 공동체 라디오와 풀뿌리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해준 덕분에 서울 한복판에서 기업의 압도적인 공세와 행정당국의 방관함에서 ‘저항’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사라져가는 도시 내 ‘공동체’가 해당 지역에서 일정 부분 방어막이 되어준 셈이다. 이는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본 작품은 유튜브 채널에 심층취재 형태로 공개된 버전(https://www.youtube.com/watch?v=EC63zQyMpuI&t=28s)과 영화제 출품 및 극장 상영 용도 버전으로 2중 작업된 바, 뉴스타파 채널에 공개된 뉴스릴 형태 작업과 비교하면 극장용 작업은 10여 분 분량이 추가되고, 시장 상인들의 인간적 풍모를 더 강조한 지점이 늘어났지만, 기본적인 내용과 시간대는 동일하게 다뤄진다. 사실관계 자체에 집중한다면 유튜브 버전을, 보다 완성된 ‘영화’ 형태를 찾는다면 영화제 버전을 취사선택할 수 있는 효용이다. 무거운 내용이지만 은근히 친절한 구성과 선택지를 제공하는 작업이다.

그런 가운데 많은 시사점을 남긴 영화의 제반 정보를 빼곡하게 담아낸 엔딩 크레디트가 찬찬히 오른다. 특히 눈에 들어오는 건 한때 200여 곳의 점포가 들어찼던 오류시장에서 잔존한 16곳의 가게 상호다. 전성기에 비하면 소멸 직전으로 보이지만 남은 가게의 이름과 업종을 살펴보면 이곳이 최소한의 순환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걸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작은 시장의 풍경이 관객의 머릿속에 그려질 테다. 주상복합 쇼핑몰의 현란함으로 채울 수 없는 이미지다.

 

은성상회 할머니순대국 제일식품 이모네포차

오류골 한라산도새기 제주흑돼지오겹살 생고기집

대성부동산 야채할머니 후루룩국수 사라임미용실

계절포차 심술쟁이 FM노래방 성원떡집

 


작품 정보

 

오류시장 Oryu Market

 

2023, 한국, 다큐멘터리, 53분(유튜브)·65분(극장판), 12세 관람가

감독 최종호

출연 서효숙, 김영동, 최종호

PD 김보람, 장광연

촬영 최종호, 김보람, 정원석

편집 최종호

제작기획 뉴스타파함께재단

 

2023 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상(연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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