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봉 국회의원, 사양했다면 더 명예롭지 않았을까

올해 졸업시즌을 맞이해 구미지역에서 눈길을 끄는 학위 소식 하나가 전해져왔다.

경운대학교에서 심학봉 국회의원(새누리당)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심 의원이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현장을 담은 SNS의 사진과 댓글에는 6. 4일 치루어지는 지방선거때 심 의원의 지역구인 구미시(갑)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기를 희망하는 출마예상자들의 모습과 댓글을 찾아보기가 어렵지 않았다.

명예박사 학위 수여의 기준인 대한민국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 47조에 따르면 “명예박사 학위는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특별히 공적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수여”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너무 흔해 빛이 바래가는 정치인의 명예학위

이 시행령에 따르면 경운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심학봉 의원은 학술 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하였거나 인류 문화 향상에 특별한 공적을 쌓은 사람이어야 하는데 심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이나 된 이후 명예박사 학위를 받을 만한 공적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박사학위 과정이 있는 대학원을 둔 대학에서 대학원위원회, 대학원운영위원회 등의 심의를 통해 학위를 수여하는 일은 대학 고유권한이니 시비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명예박사 학위 수여가 주는 쪽과 받는 쪽에서는 명예로울지 모르나 보는 쪽 대다수가 명예롭게 생각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

국내에서는 문교부등 교육당국이 관리 하던 명예박사 수여 권한이 1994년 이후 대학의 자율에 맡겨진 이후로 국내 대학들의 명예박사 학위 수여 수치가 꾸준히 늘어났다. 1994년 이후 지금까지 수여된 명예박사는 5천명을 넘어 섰으며 연 평균 180여개에 달한다. 대부분 명예박사 학위 수여는 유명인사와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경우다.

정치인은 자신의 프로필 학력란에 명예박사학위 한줄을 집어 넣으며 동문을 확장해 정치적 발판을 넓힘으로써 명예박사 학위 그 자체를 정치적 능력과 경륜을 인정받는 절차적 상징으로 삼아왔다. 또한, 대학측은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는 대가로 실리를 챙길 수 있다. 

지난 2009년 전북대학교는 대구 출신 강재섭 전 국회의원이 전북대 부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 152억 원의 예산을 배정해주었다는 공로로 수의학 명예박사 학위를 주었다. 고려대학교는 백주년 기념 삼성관을 건립한 공로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명예박사를 주었고 연세대학교는 대우관 건립 후 김우중 전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였다.

기부와 학위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명예박사학위 수요도 문제가 없지 않지만, 특히 이번 일의 경우 경운대학교는 심 의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받은 사실이 거의 없음에도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일은 경운대에게는 실리가 없는  밑지는 장사였다. 

대학과 인사간의 거래로 전락해가는 듯한 명예박사학위 수여는 시민들이 더이상 학문기관의 학위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는 분위기를 유발했다.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치열한 노력 끝에 학업을 성취한 사람들로서는 허탈하기 짝이 없는 결과라서 형평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학문적 관련성조차 없는 인사에게 끼워맞추기식 학위 수여로 인해 인생을 바쳐 학문에 매진한 다른 연구자들에겐 씻을 수 없는 자괴감을 줄 수도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대학의 외형적 발전을 위한 정치적, 경제적 기여해 대한 기대감으로 학위수요를 남발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대학이 해서는 안 될 부적절한 처사였다.   

명예박사를  명예롭게 만드는 대학들의 사례는 많다. 미국의 버지니아 대학은 설립자이자 제3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이 설립하였으나 명예박사학위 수여제도를 아예 금지한 것으로 유명하다.

명예학위 수여를 금지하거나 철저히 제한한 해외 대학들

정치경제적인 권력과 대학이 유착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미국의 MIT, 코넬 대학역시 명예학위수여를 전면 금지 하고 있고 다른 대학들도 학위를 아주 세밀한 검증을 거쳐 인정된 소수의 인사들에게만 수여한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본 대학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명예학위를 단 네 차례밖에 수여하지 않았다. 프랑스와 일본또한 해당분야의 석학들중 활발한 학술활동 업적이 있는 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수여한다.

국내에서 명예박사를 까다롭게 선정하는 대학을 꼽으라면 바로 포항공대이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로데릭 매키넌 교수에게 2006년 명예이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후 올해까지 겨우 3명에게만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였다.

오래 전 모스크바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왜 그리 자랑스럽게 명예박사임을 내세웠는지  알 수 있는 대목들이다. 경운대학교에서 남발한 박사학위와 대비되는 대목이다. 심 의원이라도 사양했다면 더 명예롭지 않았을까?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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