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파트에 산다. 현대 사회에서 허락된 거주 공간 중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곳도 아파트다. 아파트에 사는 건 왠지 벌을 받는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은희경은 아파트 단지에서는 “공기의 냄새마저도 도식적”이라고 했던가. 그런데도 나는 아파트에 산다. 다른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왜 나는 아파트에 살아야 할까? 언제부터 아파트에 사는 것이 당연하게 된 것일까? 사회의 산업화는 인간의 개조와 집의 개조를 동시에 요구했다. 기존의 삶의 양식을 박탈당하고 새로운 자원으로 거듭나야 했던 이들을 수용할 ‘산업화된 집’이 필요했던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