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로 접어드니 일교차가 아주 심합니다.일교차가 심할수록 보현골 아침은 해발에 따라 풍경을 달리합니다. 아래쪽 마을은 자욱하게 농무에 갇혀있고 중산간은 어쩌다 한 줄기 안개가 산정에 걸려 있는 구름과 연결되는 듯합니다. 해가 뜰 무렵이면 아직 남아 있는 산 쪽의 푸름이 역광을 받아 거무스레합니다. 여름 동안의 푸름은 곧 서리를 맞이하고 초추의 양광에 잎이 붉게 익을 준비를 하겠지요. 드문드문 몇 호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한 마장 거리에 살고 있는 내 집에 들리는 듯합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의 주제는 야생버섯 이야
아직은 자두밭 일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서툽니다.그중에서도 가장 서툰 것이 봄 한 철 집중하여서 할 ‘열매솎기’입니다. 이 열매솎기로 인한 초보 농군의 마음고생은 한층 고조됩니다.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리는 종자인 ‘추희자두’는 더욱 초보 농군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그 많은 알 중 한 알을 두고 나머지 알을 남겨 놓을 한 알에 영향을 주지 않게 조심스럽게 솎아내는 것입니다. 열매 간 거리도 생각해야 합니다. 열매의 병 발생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햇빛의 영향도 고려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것이 한 가지에 남겨
경칩이 지나 밭 한쪽 샘이 솟는 웅덩이에서 기세 좋은 개구리울음이 들리더니 지난밤 내린 비로 울음의 성량이 줄어 겨우 들릴 듯 말 듯 합니다. 산 이마에는 상고대가 핀 것처럼 서설이 쌓여 있고, 산 아래에서는 는개가 스멀스멀 퍼지고 있습니다. 마당에는 경자와 신축의 모진 영하의 바람을 견딘 운룡매가 시절이 닿았음인지 매향이 저의 코에 닿을 듯 말 듯 한 향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우중이라도 지붕 없는 마루 쪽 창을 열면 산새들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제 보름 정도면 온 밭에 ‘오얏꽃’ 향이 퍼질 것입니다. 지난해 봄 은은한 ‘
세상의 고양이, 개, 돼지, 암소를 모두 합친다 한들 닭의 숫자에 미치지를 못한다. 거기다 쥐와 새까지 더한다 해도 여전히 닭이 이긴다. 닭은 세상에 가장 흔한 새이며 동시에 농가 마당의 친숙한 동물이다. 지금 이 순간 200억 넘는 닭들이 지상에 살고 있으며, 인간의 세 배에 달한다. (앤드루 롤러, 치킨로드, 책과함께, 2015) 삐뚤이. 큰삐뚤이. 연갈이. 노랑이. 얼룩이. 점순이. 소점이. 봉이. 깜순이. 꽁지. 빼빼. 얼도리. 깐도리.보현골 집에 함께 지내는 닭들의 이름이다. 시인 김춘수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