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연계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유·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도록 한 지방 교육재정교부금법을 어기는 것이고 의무교육에 사용해야 할 교육재정을 정부가 마음대로 고등교육에 전용하겠다는 것이다. 고등교육에 관한 재정지원은 국회에서 법률을 만들어서 해야 한다.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이란

1972년 제정된 「지방 재정교부금법」은 “지방자치단체가 교육기관 및 교육행정기관을설치·경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財源)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가 교부하여 교육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만들었다. 이는 의무교육 및 보통교육을 위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은 해당 연도 내 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일부를 재원으로 시·도교육청에 교부한다. 올해 시·도교육청에 지급되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은 81조 2,976억원으로 2021년도에 교부된 60조 3,371억원 대비 약 35%가 늘어났다. 내국세와 지방세가 늘어나면 교부금은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투자 수요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균형 있는 투자, 특히 1인당 소득 대비 1인당 고등 교육 투자가 OECD 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들어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을 고등교육에도 사용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행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은 국가가 책임지고 의무교육과 보통교육 기관의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가장 기본적인 제도이다.

 

 

교부금은 어디에 사용하는가

시·도교육청에 교부된 교부금은 인건비, 학교 전출금, 시설유지 등 고정 경비에 80%가량 사용한다. 서울시 교육청의 경우 2016~2020년 세출결산자료에 의하면 평균 인건비 60.3%, 학교 전출금 등 20.1%, 예비비 및 기타 0.3%로 80.6%를 고정경비에 사용했다. 실제로 교육청이 가용할 경비는 매우 부족하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당장 학교와 교원의 수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학교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는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부금으로 고등교육에 지원하면 유·초·중등 교육예산이 축소되는 것이고 학교 교육이 직접 타격을 받을 것이다.

각 교육청의 이월금과 불용액 및 기금 적립금 등을 고려할 때 지방 교육재정이 남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는 목적이 정해진 예산으로 다음 해에 집행된다. 대부분 학교 공사는 방학 중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17개 시·도교육청이 운용 중인 재정 안정화 기금이 3조원이 된다면서 교부금을 고등교육에 지원하겠다는 것은 법률의 취지를 곡해하고 있는 것이다. ‘재정 안정화 기금은 경기변동에 따른 회계연도 간 재정수입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제16조(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설치·운영)에따라 설치·운용하고 있다.’ *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방안 고민해야

우리나라가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대학 교육에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기에 다각도로 고등교육 지원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우리나라가 GDP 대비 공교육에 투자하는 예산은 2018년 기준으로 초~고등학교는 OECD 국가 평균과 비슷하다. 대학은 정부 지원 비율이 민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의무교육기관에 지원하는 돈을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고등교육에 지원하는 별도의 정책,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을 제정하여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육 복지는 확대되어야

학교 환경 개선에 대한 요구는 여전하다.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2만 개가 넘고, 오래된 학교 시설도 개선해야 한다. 전국에 지어진 지 40년이 넘는 학교는 8,000개에 이르고 2025년까지 3,000개 건물을 새로 짓는 데 약 18조 5,000억이 든다고 한다.(시도교육감협의회)

학습하기 좋은 학교 환경을 개선하는 데는 많은 재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교육재정은 학생을 중심에 두고 미래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가를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지원을 줄이면 미래 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학교는 여전히 낡고 오래된 곳으로 남게 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다. 교육복지 측면에서 유보통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무상 유아교육과 무상 보육 시대에 맞춰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더 급하다. 현재 보육과정 복지비용인 어린이집 누리 과정 운영을 위해 도입된 「유아교육지원 특별회계법」의 효력이 2022년 말에 종료되는데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다. 과거 유보통합 과정에서 보인 국가의 무책임을 기억하고 있다. 이제 고등교육 재정 지원이라는 변칙으로 과거의 행태를 반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에서 재원을 일부 부담하는 고교 무상교육 제도도 2024년에 종료된다. 고교 무상교육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논의해야 하고 재정 지원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교육복지라고 말하기에도 무색한 수준이다. 그나마 의무교육과 보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한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위기에 놓여있다.

 

안정적인 교육재정 확보

교육재정을 말하면 가장 쉽게 지방 교육재정교부금 제도를 들먹인다. 기획재정부의 논리는 늘 같았다. 대학등록금 폭탄이 사회문제가 되었을 때도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을 들먹이며 제도를 손보아야 한다고 했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방안은 고민하지 않고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국가 책임 운운하면서 늘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을 일부 대학 교육에 지원한다고 했다. 여전히 대학 교육에 대한 지원 방안은 없는 셈이다.

유·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은 연장선에 있다. 지방 교육재정교부금과 아울러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도 필요하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투여하는 교육 예산도 줄이자는 발상은 매우 단순하고 편협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회는 고등교육 재정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은 학교 시설을 유지하고 인건비를 충당하도록 두자. 학생교육 활동비가 줄어들어 학교가는 것이 즐겁지 않게 되는 것을 원하는 학부모는 없다.

 

정리 : 참교육학부모회 정책위원회

 

* 「지방 교육재정 교부금 제도 개편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국회 강민정 의원 토론회, 2022.6.28, 42쪽 발췌 인용


※ <학부모신문>과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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