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사랑방 이주의 冊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 (김종대)

오는 5월 23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날입니다. 어느덧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인간 노무현 그리고 그가 살다간 시대에 대해 차분히 응시하고 성찰할 만한 여유가 이제는 생길 법도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쪽에서는 그의 이상뿐 아니라 그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시기가 실제로 '사람 사는 세상'이었다고까지 미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은 격렬한 증오를 감추지 않으며 그에게 배울 점마저 깡그리 무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NLL 논란에서 나타났듯 이세상에 없는 그가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악이용하여 고약한 왜곡과 조작을 자행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비난과 음해, 찬사와 미화를 넘어 '사실로서의 노무현'에서 다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책으로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를 추천합니다. 우선 이 책의 한계, 거꾸로 말해 '범주'부터 말씀을 드려야겠네요. 이 책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 복지, 노동, 교육 정책과 그에 얽힌 일화를 다룬 책은 아닙니다.

이 책이 다루는 분야는 외교, 평화, 통일, 안보입니다. 저자 역시 외교안보 전문잡지 <디앤디 포커스>의 발행인으로 유명하죠.



저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부터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 등으로 참여정부에서 일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친-노무현 관점에서 씌어졌으리라는 편견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참여정부 참여자라고 해서 참여정부의 궤적이 만족스럽지만은 않을 테고, 후회와 반성도 많았을 겁니다. 노 전 대통령도 이라크파병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기도 했었죠. 이 책도 그렇습니다.



한쪽은 이라크파병을 침략전쟁 참여로 비판하고, 다른 한쪽을 "그래도 노무현은 반미이고 친북"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미국과의 밀당 과정이 나오는데요. 그 속에서 노무현 정부 외교의 도전과 좌절을 구체적으로 평가해보면 좋겠습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서도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 과정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현재 진영과 진영간의 대립이 강경한 투쟁으로 그치는 수준을 넘어서서 아예 역사와 현실을 은폐하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 책에는 노 대통령이 박정희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의 길을 이어받은 측면을 강조하는 대목도 나옵니다.

이런 점은 아마 이쪽저쪽이 모두 수용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피하기만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 풀뿌리사랑방: 인의동 6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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