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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지

 

그는 얼굴이 있었다

그는 이름이 있었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자꾸 뒤로 돌아 본다

내가 아는 얼굴인가

내가 기억하는 이름인가

그러나 그는 길에서 나를 만나면 알은체하지 않는다

그는 누군가의 형제

그는 누군가의 친구

그는 누군가의 딸, 아들

내가 그를 아는 것은 두 달에 한번 칫솔과 치약을 타러 온다는 것.

내가 그를 아는 것은 그가 사는 방의 호수

내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그마저 부끄러워 눈을 잘 맞추지 않는다는 것

밖에 나올 용기를 저버리면 그는 작은 방에 자신을 가두고 스스로를 형벌한다는 것

누군가의 자식으로 그를

누군가의 형제로 그를

누군가의 변변찮은 친구로

살았던 그는

울음이나 부끄러움마저 사치라 느끼며

두 번 먹을 라면을 한번만 먹고

끼니를 거른 속에 소주를 들이부으며

무언가 내내 속죄하는 마음으로

못내 괴롭다

나는 당신을 본다

항시 돌아가고 싶었던 어머니의 집

그곳으로 돌아가는 당신

깜깜한 어둠 속에서 절뚝거리며 아침으로 다시 태어나는 당신을

나는 기억한다



 

시(詩) / 오현주 대구쪽방상담소 사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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