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사랑방 이주의 冊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홍기빈)

KBS <개그콘서트>에서 '억수르'로 풍자된 만수르를 아시나요?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도 알려진 그의 회사 하노칼과 IPIC가 한국 정부에게 ISD라는 것을 제기해 화제입니다.

하노칼은 주식 매매대금 10%(1838억원)을 한국 국세청에 원천징수당해서 반환소송을 진행했지만 패소 확률이 높다고 판단하자,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과세했다면서 이를 제소했습니다. 만수르의 회사는 네덜란드에 법인을 두고 있고, 네덜란드와 한국은 BIT(투자보장협정)을 맺었으며, BIT에 바로 ISD가 들어 있지요.


ISD는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nvestor State Dispute Settlement)의 약자로 정확하게는 ISDS라고 써야 한답니다. 한국에서는 '분쟁 해결'보다는 '소송', '제소'로 더 알려져 있으나 이것은 통상적인 소송이 아닙니다. 양측 국제변호사와 중재자가 만나서 결정을 내릴 뿐입니다.

저자는 이 제도가 유럽 중세에서 상인들이 분쟁시 교황청의 심판을 피하고 자신들끼리 만든 중재기관에서 합의하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설명합니다.




ISD는 한미FTA 체결과정에서 특히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목되어 문제가 되었습니다. ISD에서는 국가가 투자자를 제소할 수는 없고 오로지 투자자가 국가를 제소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실제로 투자자가 피해를 봤을 때 제소하는 게 아닙니다. 택배회사 UPS는 캐나다 정부를 제소한 바 있습니다. UPS가 무슨 손실을 입어서가 아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사업을 하고 싶은데 캐나다우체국의 택배사업이 걸리적거린다는 이유였습니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피해가 없는데도 투자자는 눈엣가시 같은 공공 정책에 시비 걸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예상되는 ISD 대상은 각종 복지 및 경제민주화 제도, 지역산업 장려 정책입니다. 시민권과 공공성이 투자자의 힘앞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설령 분쟁해결 와중에서 국가측이 이긴다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닙니다. ISD가 사사건건 도사리는 이상 정부나 정치권 관계자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은 정책도입에 커다란 훼방과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FTA가 단순한 수출제고정책 또는 관세장벽 허물기였다고 알고 계신 분들은 인식을 바꾸셔야 합니다. 이 책은 이미 한미FTA가 처음 추진되던 2006년에 나왔습니다. 

* 풀뿌리사랑방: 인의동 6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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