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이 일냈다... 아사히사내하청노조 사수 결의



구미 4공단 최초의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그것도 비정규직인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다. 지난 6월 6일 이들은 아사히 정문앞에서 노조 사수결의대회를 갖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민주노총 산하 노조와 진보정당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아사히 사내하청 노동자 162명 가운데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는 135명. 이러한 높은 조직률의 배후는 단연 노동자에 대한 자본의 푸대접이었다. 아사히는 연평균 매출액 1조에 달하는 굴지의 기업이며 회사 '곳간'에는 8천억원 가량의 사내 유보금이 쌓여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노동자들은 9년동안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지급받아왔다.

연매출 1조에도 불구, 9년간 '최저임금'


사측은 시시콜콜하다 싶을 만큼 전방위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인색하게 굴었다. 직원 경조사가 발생하면 다른 직원들로부터 1만원씩 공제해 경조사금을 조성한 다음 마치 회사에서 직접 지급하는 것처럼 건네기 일쑤였다.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명절 혜택은 3만원 상당 상품권이 고작이었다.

이곳에서 노동기본권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 대표적인 사건은 2012년 구미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태(구미 불산 사태)다. 사고 발생지 바로 옆이었던 아사히 공장을 포함한 구미 4공단은 불산 누출의 여파로 나무가 시들고 죽어가는 가운데서도 계속 공장을 가동시켰다. 그리하여 노동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작업중지권과 대피권을 전혀 보장받지 못했다. 
 
이러한 노동권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자들을 한데로 뭉치게 한 것 역시 자본의 횡포였다. 이번 노조의 결성에는 지난 4월 사측이 시행한 권고사직이 큰 영향을 끼쳤다. 

이렇게 무노조 특구처럼 비쳐졌던 구미 4공단에 드디어 노조가 출범했고 각계에서 이 파급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집회에서 차헌호 위원장(이하 사진)은 "다른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단결시키겠다. 또 8백명 아사히 정규직도 노조를 만들 수 있도록 선전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조직화에 '기대'

출범식을 지켜본 한 시민은 "차 위원장이 회사에서 고초를 겪으면서도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을 조직했다. 그 보람이 지속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도 "구미시장이나 재계 인사들이 '노조가 있으면 일본기업이 투자를 꺼려한다'고 떠벌여왔는데 아사히 노동자들이 이에 대해 화끈한 '답변'을 내놨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4공단 뿐만 아니라 구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조직되는 결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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