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폭설로 인해 전투를 치를 수 없었던 미국과 러시아라는 두 제국주의 국가가 4월 들어 다시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었다. 미국과 나토는 패색이 짙은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지역을 포기하고 전선을 자포리자로 옮겨 무기를 모두 이 지역에 집중시키기로 했다. 물론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러시아의 동계 공세가 실패했다는 분석도 있다. 문제는 무기가 돈바스 지역에 총집결하는 이때 대한민국이 155mm 포탄 50만 발을 경남 진해를 통해 독일의 미군 기지로 보내고 있다는 데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까지의 전쟁으로 155mm 포탄 100만 발을 다 소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러시아도 화력전에 쓸 무기가 부족한 상태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방미 며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155mm 포탄 50만 발을 보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미 20만 발은 보낸 상태이며 나머지 30만 발도 독일, 폴란드를 거쳐 우크라이나로 갈 예정이다.

대한민국 헌법 60조에 따르면 ‘①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 ②국회는 선전포고,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 또는 외국 군대의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의 주류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또한, 헌법 73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 · 비준하고, 외교사절을 신임 · 접수 또는 파견하며, 선전포고와 강화를 한다’고 되어 있다. 요컨대 대통령이 조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국회의 동의를 거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한민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은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게다가 육군참모총장도 모르게 후반의 155mm 포탄까지 ‘영끌’하면서 보냈다. 이 탓에 대한민국은 화력전에 필수불가결한 155mm 포탄이 없는 심각한 안보 공백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헌법을 위반에 관한 탄핵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군사지원이 포탄을 넘어 파병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무모한 군사지원으로 인해 이제 대한민국에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맞설 포탄이 없다. 이 포탄을 생산하는 대한민국의 풍산기업이 한 달 동안 만들어봐야 2만 발이라고 한다. 20만 발 이상을 만들려면 일 년이란 긴 기간이 필요하다.

 

 

블랙핑크니 감·도청 사건이니 하는 얘기는 언급하지 않겠다. 문제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사이에서 검사짓만 하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이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위험천만한 발언을 한 것이다. 러시아가 동해에서 일본을 겨냥해 핵잠수함을 띄워 SLBM을 발사하는 이 시기에, 중국 인민해방군이 서해에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대만 봉쇄에 나서지 못하도록 그 길을 차단하고자 실탄 훈련을 하는 이때,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종횡무진으로 굴욕적인 대일 외교, 치명적인 대미 대중 대러시아 외교를 한답시고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고 있는 것이다. 고작 0.73%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팍스 아메리카의 붕괴와 중화권의 형성이라는 세계사적인 변화의 시대에 미국과 일본에 완전히 몰빵하면서 대한민국을 위험한 불구덩이로 밀어 넣고 있다. 그것도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것은 탄핵 감이다. 전쟁이 나면 군사작전권이 한미연합사령부로 넘어가는 나라가 대한민국이 아닌가. 군사작전권도 화력전 무기도 없는 나라가 과연 나라라고 할 수 있는가, 주권국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책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의 저자 이철은 중국의 대만 침공과 북한의 남한 침공을 이야기한다. 전쟁의 스토리텔링이 도입부를 넘어 전개되어 가는 국면에 대한민국이 스토리텔링을 서스펜스로 몰고 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한국전쟁 때 중공이 전쟁에 개입한 것은 북한을 도우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대만 해역에서 전쟁의 또 다른 징후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징후 정도가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이 실제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다.

이 위험천만한 시기에 무작정 전쟁의 바다에 첨벙첨벙 두 발 모두 담그는 대통령, 헌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미국과 나토를 위해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에 나선 대통령, 그리고 한미정상회담에서 나토도 확보하지 못한 확장 억지력을 미국에게 요구하겠다며 우스꽝스러운 광대짓, 아니 망나니짓을 하려는 대통령,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은 검사될 때 시험문제에 나오지 않았나 보다. 주 69시간 근로로 국내 노동시장을 초토화하더니 이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어 초토화하려고 한다. 노동자는 때려잡고 자본가를 몰빵으로 밀어주며 미국의 이익에 몰빵하는 나라 아닌 나라. 환경도 노동도 국제관계도 모조리 백척간두에 서 있지 않은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나라, 길거리 이팝나무 흔들며 시원하게 부는 바람 조각마저 없다면 우리에게는 그마저 위로받을 길은 영영 없을 것이다.



글 _ 이득재 대구가톨릭대학교 러시아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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