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2022년 울진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배분 행정(안) 제시
산불 피해 주민에 ‘가재도구 구입 비용’ 명목으로 지정기탁금 배분
“재난 지원금 및 국민 성금 배분 기준, 현실에 맞게 세분화 필요”

 

‘울진 산불 피해 그 후…’ 사진 김신애
‘울진 산불 피해 그 후…’ 사진 김신애

 

16일, 울진군이 ‘2022년 울진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배분 금액을 주민들에게 전달하면서, 1년 넘도록 이어져 온 산불 피해 주민 지원 차별 논란의 첫 매듭이 지어졌다.

울진군은 지난 1일, ‘2022년 울진산불 피해 지정기탁금’에 대한 배분 행정(안)을 제시했다. 지정기탁금 배분 행정(안)은 주택분야 피해 36억 7천여만 원과 소상공인 분야 11억 9천여만 원, 산림 분야 16억 8천여만 원 등 울진군에 지정 기탁된 76억 2백여만 원이다.

지난해 3월 4일 발생한 울진 산불 피해는 정부의 지원금 지급, 국민성금 배분 과정에서 세입자와 송이 채취 농가, 주택 규모에 따른 차별과 배제 문제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산불 피해 한 달여만인 지난해 4월 12일 세 곳의 구호단체 희망브릿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성금을 배분했다. 자가 주택 전부 파손 피해자의 경우 구호단체 세 곳에서 5천2백만 원을 지급한 반면, 세입자에게는 2천5백만 원이 지급된 것이다.

정부는 산불 피해 두 달 무렵인 지난해 4월 29일,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에게 생활안정지원금(주거비)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전부 파손 주택은 3천8백만 원, 절반 파손 주택은 1천9백만 원, 소규모 파손 주택은 1백5십만 원이 배정됐다. 세입자의 경우 이사할 주택의 보증금과 6개월간 임대료를 비교해 더 많은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9백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안이었다.

특히 전소되어 전부 파손된 주택의 경우 집 규모,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소유주에게 일괄 지급됐다. 소유주가 타지에 있는 폐가에도 3천8백만 원이 같은 기준으로 지급된 것이다. 하지만 세입자에게는 이사할 주택의 임대차계약서 증빙을 요구하며 지급이 보류됐다.

주민들의 항의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이 이어지며 차별 문제가 이슈화되자, 8월 2일 지급된 2차 배분에서 희망브릿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세 곳의 구호단체는 1차 배분 때와 달리 실거주를 중심으로 배분하는 기준을 마련했다. 집주인에게는 주택 면적에 따라 최고 2천3백만 원을 지급했다. 세입자에게는 1천7백2십5만 원을 지급했다.

자연물 채취라는 이유로 1차 배분 때 빠졌던 송이 피해 농가에 대한 지원도 포함되면서 기존의 지급 기준을 넓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택의 규모 즉 15평 미만, 15평 이상, 20평 이상, 25평 이상 4단계로 구분하여 지급하면서 또 다른 차별 논란이 일었다.

국민성금 2차 배분으로 정부 지원금과 성금 배분이 일단락되면서, 남은 성금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가구원 수에 따라 지급되는 긴급생계비를 제외한 배분의 기준은 주택 피해 정도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2022년 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주택분야 배분 행정(안). 자료 울진군
2022년 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주택분야 배분 행정(안). 자료 울진군

 

이에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위원회’는 국민성금 잔여금 배분과 향후 발생할 재난 피해 주민들을 위해 배분 원칙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또한 세를 얻어 들어가려고 해도 많은 주택이 소실된 상황에서 세를 얻기 어렵다며 이주지 불하를 요구했다.

세입자들의 요구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속초·고성 산불 피해 지역에 비해 많은 지원을 했다며 형평성을 이유로 어떠한 요구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속초·고성 산불 피해 지역과 비교해 자가 주택의 경우에는 전소, 반소 모두 2.4배를 증액하여 지급했지만, 세입자에게는 1.5배의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드러나며 형평성 논란만 커졌다.

이러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산불피해 이재민들 간 아픔도 있었다. 화마가 덮친 이후 울진군의 산불피해 이재민들은 하나가 되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자구적 노력과 함께 정부가 산불 피해 당시 내놓았던 약속을 기다렸다. 하지만, 국민성금 배분과 정부의 지원금 지급이 시작되자 약속 이행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당장 먹고, 입고, 쓰던 가재도구와 농기구, 공구 등 모든 것을 잃은 주민들에게 지급 또는 배분되는 기준은 주택 파손 여부였다. 주택이 전체가 다 타버렸거나 살 수 없을 정도로 탄 전파와 절반만 탄 반파, 일부분만 탄 부분 파손이 지급 기준의 전부였던 것. 상시거주자에게 배분하고, 송이 농가를 포함하는 등 지급 기준을 조정, 확대했지만, 주택분야에서는 세입자 차별이라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간담회 자리에서 A 씨는 “산불이 나서 재산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그 피해 정도에 따라 지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급하게 산불을 피해 나오느라 옷이고 이불이고, 밥솥 하나 건지지 못하고 나온 사람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지원해 이재민들 간 상처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중에는 농기구, 어구, 잠수해서 먹고사시는 분은 수 천만 원씩 하는 잠수용품이 다 타버려 생계가 막막했다. 수많은 재난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고 지적했다.

세입자들은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차별에 항의하고 나섰다. 하지만 군에서는 국민성금배분위원회에 그 책임을 미루고 국민성금배분위원회는 군에서 올라온 대로 결정한다는 답변만을 되풀이 했다.

논란이 해를 넘기며 이어지자 주민들 사이에는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내려온 배분 기준을 바꿀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깊어졌다. 이로 인해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들의 의견도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그 과정에서 남은 이재민들은 재난피해에서 배제되는 세입자의 억울함을 널리 알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며 다시 뜻을 모았다. 대책위원회 이름도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협의회로 바꾸고 지난 1월부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022년 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주택분야 배분 행정(안). 자료 울진군
2022년 산불 피해 지정기탁금 주택분야 배분 행정(안). 자료 울진군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B 씨는 “정부지원금이 나온 후 세입자들이 차별이라고 군에 가서 항의도 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냈다. 그 후 국민성금을 추가 지원할 때부터 실거주를 따져 지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준은 주택 파손이었고, 세입자 차별은 여전했다. 나도 국민성금을 내봤지만 성금은 당장 길거리에 나앉은 분들을 위해 보낸다.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군에서 이번에 기탁금이라도 공정하게 나누면서 첫발은 뗐다. 재난피해를 지원할 때 주택 피해, 농기구·어구, 가축 등 생계에 필요한 재산 피해, 가재도구와 생활용품 피해 등을 구분해서 지원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지난 6월 1일 울진군은 지정기탁금 약 76억 원을 배분하면서, 상시거주자를 기준으로 가재도구 및 각종 집기 구입·수선 등의 비용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다. 울진군은 빈집 또는 폐가에 지정기탁금을 배분하지 않는 사유를 ‘성금은 주거생활 안정과 복구를 위한 지원금의 성격이기에 상시거주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더 필요’해서라고 설명했다.

지급 기준 역시 세입자를 포함한 전파된 224세대에는 1천4백만 원(행정 안 1천6백만 원에서 최종 1천4백만 원으로 조정되었으며, 조정 금액은 송이 피해 농가 지원), 반파된 5세대에는 8백만 원, 부분 피해를 입은 31세대에는 1백6십만 원을 배분하는 안을 내놨다. 울진군의 행정 안이 주민들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6월 16일 모든 피해 가구에 전달된 것이다.

정부는 홍수와 지진 피해 등 자연재난과 산불 피해,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적 재난 등 재난에 대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세입자를 동등한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단지 긴급생계비와 같이 일률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택 파손 정도가 재난 지원의 유일한 기준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이 이번 울진·삼척의 동해안 산불피해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울진·삼척 산불피해의 경우 827억 원이라는 큰 규모의 국민성금이 모였다. 이로 인해 부족하지만 다른 재난지역에 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배분되지 않고 있는 성금 처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아있다.

울진 산불피해를 계기로, 정부 지원금과 국민성금 배분 과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재난에 대한 지원과 배분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 재난뿐 아니라 자연재난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원기준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국민성금 배분 기준도 주택 파손의 정도라는 단일 기준이 아닌 생계 도구, 가재도구 등 재산상 피해에 대한 지원으로 세분화하는 등 현실화가 필요하다.

울진 산불은, 2022년 3월 4일부터 13일까지 9일 21시간 이어진 산불로, 울진군의 야산에서 원인 불명의 이유로 발생했다. 피해지역은 울진군 4개 읍·면과 삼척시 2개 읍·면으로 주택 353채, 농축산 시설 139개소, 공장과 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 등 총 643개소가 소실됐다.

피해 면적은 울진 18,463㏊(헥타르), 삼척 2,460㏊ 등 총 20,923㏊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피해를 남겼다. 산불 진화에만 16,042명의 진화대원이 투입되었으며, 산불 진화 헬기 104대, 소방차량 700여 대, 소방 장비 200여 대가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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