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차별 진정사건 기각” 결정
대책협의회 “진정 취지 살피지 않은 부실한 결정” 주장

 

14일,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협의회(아래 대책협의회)는 지난해 6월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한 세입자 차별에 대한 진정사건 결과가 나왔다며 그 내용을 공개했다.

대책협의회는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을 대표하여 제출한 진정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6월 19일 차별시정위원회를 열고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9조 제1항 제2호-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음 규정에 따라 기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 처리결과 통지서. 출처 대책협의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사건 처리결과 통지서. 자료 출처=대책협의회

 

이번 결과에 대해 대책협의회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세입자가 제기한 차별 진정사건을 기각한 것은 진정 취지를 깊이 있게 살피지 않은 부실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차별 진정 건에 대한 기각 결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피해를 신속히 대응·복구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한편 재해구호법이 정한 이재민이란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사람’으로, 대통령령에 의해 주거시설의 손실 정도는 재난 피해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외에도 (주택)소유자는 ‘주택’이라는 실체적 재산의 파손과 관련한 복구비용이 포함됐지만, 세입자의 경우 이사 등을 위한 임대료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지급에 차이가 있었다는 취지의 울진군 주장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는 위와 같이 지원금 지원의 목적이 같다고 할 수 없고, 추가 지원하여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한 것 등을 고려했을 때 지원금액 차이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봤다.

또한, 국민성금은 일종의 재해구호법상의 ‘의연금’으로, 2022년 산불피해에서는 추가 지원 과정에서 세입자·소유자 구분에 더해 실거주 여부, 주택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기에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산불로 인한 피해에 대해 정부지원금, 국민성금을 배분하는 기준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협의회 회의. 사진 대책협의회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 대책협의회 회의. 사진 대책협의회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해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을 대표해 진정을 제기했던 전종율 부들장*은 “추가 지원 과정에서 차별이 개선됐다고 하는데, 우리는 차별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제기한 차별 문제의 핵심은 주택 소유 여부가 아니다.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이냐 아니냐는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민이란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다. 화재로 고통을 겪은 사람들에게 가야 할 정부지원금과 국민성금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지원된 것을 확인했다”고 지적하며 “우리에게 더 달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애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소장은 “산불 피해 이후 정부지원금과 국민성금 1차 배분이 있었고, 세입자 이재민들에 대한 차별이 문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국민성금 2차 배분부터 일부 개선됐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제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세입자 이재민들이 강하게 문제 제기해서 일부라도 시정이 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신애 소장은 “피해자들이 항의하고 진정 내고해서 일부 해소가 되고 나니 기각해버렸다. 앞으로 재난이 있을 때마다 피해자들이 들고일어나야 하느냐 묻고 싶다. 울진 산불은 역대 최대 규모로 피해를 남긴 산불이다. 그 과정에서 차별이 드러났다. 인권위는 차별이 발생한 원인을 찾아 정책 권고를 해야 했다”며 이번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6월 9일 울진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들은 “2022년 3월 4일 울진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한 이재민에 대한 보상에서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국민성금 등이 지급될 때마다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들과는 차별을 두고 있다”며 울진군과 구호협회,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산불 피해 세입자 이재민들은 정부지원금에서 지급하는 긴급주거지원비를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를 구분하여 집주인에게 3,800만 원을 지원하고, 세입자에게는 900만 원 이하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긴급주거지원비의 목적을 벗어난 것으로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긴급 주거지원비란 집이 불에 타 지낼 곳이 마땅치 않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든 사람들에 대한 지원임에도 실거주자가 아닌 주택소유주와 세입자를 구분하여 지원하는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진정을 제기했다.

 

 

*부들장: 부대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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