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행동 중에서 한 가지 특징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시간이 지날수록 정당 간의 싸움박질 수준이 날로 흉포화하고, 그 말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장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을 담보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을 정치적인 술수 내지는 고의로 폄훼하는 것이라 욕하는 모습을 거듭 본다.

며칠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관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사 결과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중략) 또는 이와 관련해서 권력층이든 국회의원이든 민간인으로부터 청탁 압력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이에 대해서 제 휘하에 사업 업무 관여자들에게 보고받거나 지시받은 게 있다면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단언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지난해 10월 국회에서의 국정감사에서 지적되어, 조사하겠다고 답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사업을 전면 백지화시키겠다”, “양평 고속도로 노선 검토와 사업 추진을 모두 전면 중단하겠다”면서 주민들에게, 또 문제에 대해 잘못을 확인시킨 야당에게 입에 담기 힘들 정도의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결국, 대통령실에서 없던 일은 아니라는 궁색한 견해를 내면서 언젠가 내쳐질 것이란 추측과 설이 난무하다.

또 있다.

고 백선엽 장군의 친일 전력에 대해 “이분은 친일파가 아니다. 제 (장관) 직을 걸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백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 기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 삭제를 추진하려는 보훈처 신임 장관은 지난 6일 CBS 라디오에서 “위원회가 ‘친일’이라고 결정했다고 해서 역사적 진실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정부 기관이 내린 ‘친일’ 판정을 장관이 직을 걸고 부인한 셈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2023.7.8. 경향신문 사설) 박민식 장관은 원희룡 장관 혼자 그만두는 것이 외로울까 싶은지 직을 거는 거짓말 행진에 가담했다.

그런데 정말 직을 걸고 답해야 할 일이 있다.

태평양을 끼고 있는 나라마다 일본의 핵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반대하는 마당에 총리도, 여당의 핵심도 “1리터라도 마실 수 있다”고 자신하거나 같은 정당 국회의원들이 수족관의 물을 마시는 쇼까지 벌이며 일본을 두둔, 변호, 대변하고 있다.

소금값이 하루가 멀다고 오르고 있고, 소금 사재기가 없다는 정부의 말을 비웃듯 천일염의 재고가 바닥이 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 측의 ‘오염수 방류 대리대사’를 자청하는 것인지, 국제원자력기구의 장이 와서 과학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당은 하루가 멀다고 야당을 ‘괴담 유포자’, ‘불안조장자’라며 비난하고 있다. 국민의 85%가 염려하는 일에 대해서 ‘아니다, 괜찮다’를 연발하면서.

자, 정말 문제가 없는 일이고 국민이 괴담 수준의 말에 현혹된 것일까? 최소한 오염수 무해 주장과 방류에 직을 걸 인사는 또 누구인가?

국토교통부 장관은 하루 만에 만천하에 드러날 거짓말을 뻔뻔하게 내뱉었다. 보훈처 장관은 백 장군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독립군을 토벌한 간도특설대 근무 사실을 밝히며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친일 경력을 인정했는데도 ‘직을 걸고’ 사실을 부정하고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의 전 국민, 나아가 앞으로 자라나는 세대 전체의 삶이 달린 문제에 대통령직을 걸고 안전하니 방류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약속이 허언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나라의 위정자가 되려면 거짓말을 잘 해야 하고, 직을 건다고 하고서 당연하게 약속을 어길 수 있다는 생각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나쁜 선조가 되는 것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2023. 7. 9



글 _ 김영민 전 구미 YM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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