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학생들은 나중에 자라서 우리가 살게 될 이 사회를 만듭니다. 결국, 학생에 대한 권리 보호는 우리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다양성과 고유한 능력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학교에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주요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학생의 용모에 대한 모든 규정을 폐지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학생의 용모에 관한 규정을 ‘빈부격차 해소’, ‘위화감 조성 방지’,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가며 정당화 시도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개인의 용모를 단속하는 건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빈부격차 해소’, ‘위화감 조성 방지’, ‘애국심 강화’ 등을 이유로 대한민국 국민의 용모를 단속하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켰다면 어떻게 될까요? 곧이어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날 겁니다. 즉 다시 말해,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은 방금과 같은 사소한 이유로 개인의 용모에 대한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한국의 학생들은 이러한 대한민국 최고법인 헌법이 보호해 주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것입니까? 한국 학생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입니까? 이제는 인정해야 합니다. 학생의 용모에 대한 모든 규제는 뭔가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규제 시행의 이유는 일부 사람들의 학생에 대한 시대에 맞지 않는 시선 때문입니다. 그러니 학생의 용모에 대한 모든 규정을 폐지해야 합니다.

 

두 번째. 학생들에게 강제로 교내 청소를 시키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생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하고 강제로 교내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쓰는 공간인 학교를 청소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를 깨끗하게 청소하시나요? 여러분들은 여러분들이 쓰는 도로와 공공기물을 깨끗하게 청소하시나요? 한쪽에서는 이렇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무료로 교육을 제공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청소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상 교육은 법률로서 명시된 국가의 의무이고 대한민국 아동과 청소년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입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를 청소할 의무는 법률 그 어디를 봐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학교는 법률에 명시돼 있지 않음에도 학생 의사에 반하여 강제로 노동을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강제 노동이고 엄연한 불법입니다. 이제는 이러한 불법 행위를 멈춰야 할 때입니다.

 

세 번째. 학생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수거하면 안 됩니다. 학생의 휴대전화를 학생의 의사에 반하여 수거하는 것은 통신의 자유와 학생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휴대전화의 녹음, 녹화 기능은 일부 교사의 올바르지 않은 언행과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만약 휴대전화를 수거하지 않아서 일부 학생들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때 가서 그 문제 학생들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옳습니다. 왜냐하면 법치주의의 기본 원칙은 잘못된 행위를 저질렀을 때, 그때 처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행위 이전에, 그 사람이 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거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지 않습니다. 물론 언제나 이 원칙이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한국에서는 개인이 총기를 소지하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대와 같은 일부 중요 시설에서는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허나 이처럼 뭔가 일이 벌어지기도 전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는 그 일이 벌어졌을 때 국민의 생명권이나 재산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로 한정 짓습니다. 학교에서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것이 앞선 사례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또한 그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 최소한의 기본권 제한을 원칙으로 합니다. 만약 수업 중 울리는 벨 소리를 방지하고 싶다면 수업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설정하도록 교칙을 정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학생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수거하는 것을 멈춰야 합니다.

 

네 번째. 학생 자치 활동을 보장해 줄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 학교의 학생회 임원들은 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정책을 내놓지 못합니다. 용기를 내서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정책을 냈다 하더라도 교사들이 원치 않은 정책은 시행되지 못하고 폐기돼 버립니다. 그러니 오히려 학생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교칙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용도로만 사용이 됩니다. 결국, 학생들의 목소리가 돼야 할 학생회는 교사들의 독재 수단이 되었습니다. 현재 학생회는 그저 허울뿐인 민주주의입니다. 이제는 학생들도 학교에서 진정한 민주주의를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합니다.

 

다섯 번째.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게 해주고, 삶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강화해 주며, 새로운 감정 세계를 창조해 주기 위함입니다.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주고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도 몇 날 며칠씩 고민할 수 있는 끈기를 길러주고 기존에 없던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에 접근해 볼 수 있는 창의력을 키워주기 위함입니다.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글로벌 사회를 살아가며 최소한 언어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일은 없도록 하고 더 넓은 세상에서 더 다양한 생각들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학생들에게 학문을 가르치는 목적은 현재 대한민국의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에 따라 무너져 내렸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대학을 잘 가려면 제한된 시간 안에 정확하고 빠르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문제를 풀어내야 합니다. 학생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이 있더라도 제한된 시간 안에 풀어내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시간제한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 덧셈을 계산하는 데 30초씩 걸려서는 안 되겠죠. 하지만 덧셈을 계산하는데 꼭 0.3초 만에 계산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단순 덧셈 계산은 3초 안에만 하면 되는 일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학교 학문을 배우는 데 있어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역량들이 있습니다. 대학은 학생들에게 이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제시된 최소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 모두에게 입학권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합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대한민국의 학생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가 이 사회의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그 생각 때문에 학생들은 덧셈 문제를 0.3초 만에 계산하기 위해 초중고를 허비하며 쓸데없는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국가가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사람들에게 모래사장 속 모래알의 개수를 세도록 한다면 여러분은 받아들이시겠습니까? 현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에서는 원래 교육자들이 목표했던 논리적 사고,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끈기 등의 중요한 가치는 끼어들어 갈 틈이 없습니다. 오히려 시간 안에 못 풀 문제라면 포기하라고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더불어 저는 현재 대한민국의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가 이 사회의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고 주장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명문대 입학 하나만이 대한민국 사회의 유일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라면 사회 곳곳에 새로운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놓아주십시오. 모래사장에서 모래알을 누가 더 많이 세는 지로 경쟁을 하는 것은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돼서는 안 됩니다. 또 한쪽에서는 대학마다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 생각은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만약 대학이 받을 수 있는 인원보다 더 많은 학생이 원서를 쓸 경우 추첨을 통해 뽑는 거는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특정 대학에 대한 희소성이 떨어지고 그걸 따라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도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대학 진학은 진짜로 학문을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만 가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에 관한 내용은 저의 아이디어일 뿐, 꼭 이렇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허나 뭐가 됐든 현재의 평가 제도와 대입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토론과 글쓰기 수업, 프로젝트 수업과 같은 이 시대 꼭 필요한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평가 제도와 새로운 대입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입니다.

 

여섯 번째. 대한민국의 남고와 여고는 점진적으로 남녀공학(중학교도 포함)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저는 얼마 전까지 경북 소재의 남자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다 보니 성차별적 생각을 하고 성차별적 발언을 하는 친구들을 일상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 모아 놓을 경우 그 집단의 생각은 썩고 곪아 갑니다. 이것은 남고뿐만 아니라 여고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자라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은 다양한 생각을 접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때 남자, 여자로 성별을 구분하여 특정 성별만을 한 공간에 모아 놓고 교육받도록 하는 것은 학생들이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접할 기회를 박탈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한민국의 남고와 여고는 점진적으로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학교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그나마 있었던 학생인권조례도 폐지하려 하고 있고 그나마 경북은 학생인권조례도 없으며 다른 지역보다 학생인권의 상황이 더 열악합니다.

저도 저의 여섯 가지 주장이 현재 대한민국 상황에서는 상당히 개혁적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허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대한민국 사회가 발전하려면 현재 정적이고 수직적인 학교에서 동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로 탈바꿈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제가 말씀드린 여섯 가지 주장이 대한민국 학교에 꼭 이뤄져야 합니다.

 

글 _ 박차오름, 경산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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