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화를 만드는 장인 아유무와 그에게 구두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

원래 나는 에스토 에무 작가의 작품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우동 여자'나 '분발해 켄타우로스' ' 에쿠스' 같은 작품들에서 보여주는 독특한 연애관이나 bl코드를 그다지 달가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 취향도 협소하다;) 그러다 우연히 이 작품의 제목 'ippo'(일본어로 한걸음)가 눈에 띄었고 전작들과는 다른 그림맛과 취향을 덜타는 소재에 끌려 집어 들었다.

이 만화는 일명 비스포그 슈즈라 불리는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 아유무와 그에게 구두를 주문하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법의 시작

부모의 이혼으로 힘들어 하던 아유무는 그가 유일하게 기댈 존재인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구두 장인인 그가 손자를 위로할 유일한 방법은 구두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구두를 신고 위안을 느낀 아유무는 결심을 한다. "할아버지, 저한테도 마법을 알려주세요." " 이건 마법이 아니라 기술이란다. 장인의 정성과 손길 그리고 신어 줄 이가 있어야 한걸음이 된단다."

끝과 시작

독립을 위해 일본으로 간 아유무는 할아버지에게 미션을 받는다. 내 구두를 만들어 다오. 그것은 제클리니(할아버지 공방)에서 너를 얼마나 완성했느냐는 할아버지의 질문이자 통과의례였다. 그 물음에 아유무는 고민 끝에 'ippo'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새긴 구두 한켤레를 할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는 구두를 받아보고 만족하였고, 그것은 제클리니에서의 끝이자 또다른 제클리니 한걸음(ippo)의 시작이었다. 쉼보르카라는 시인이 이런 시구를 남긴적이 있다.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삶을 사는 동시에 같은 삶을 공유하는 지도 모르겠다.

구두, 당신을 대변하는 사치품이자 한걸음

구두는 단순히 신고 다니는 신발을 넘어서 신고 있는 당신을 드러낸다. 서있는 장소와 그에 걸맞는 의상에 맞춰서 구두 또한 선택이 된다. 그런 만큼 수제 구두를 찾는 이들의 사정들도 다양하다. 아버지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가 신던 구두를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남자, 탑모델이었으나 사고로 다리를 잃고 의족에 맞는 구두를 찾는 여자등 아유무에게 이들의 이야기는 재료가 된다. 단순히 고가의 피혁을 장인의 손으로 한땀한땀 만든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한켤레에는 아버지와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갈 한발, 다시 재기하여 무대에 오르는 한발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구두는 신는 이의 인생과 장인의 마음이 만나 만들어내는 한걸음 (ippo)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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