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한 나의 행복은 거절하자

집을 나서기만 해도, 이 사회의 딜레마를 눈앞에서 빤히 보곤 한다.

예를 들어, 지난달에는 깨진 스마트폰 유리창을 갈러 삼성 서비스센터에 갔다. 서비스센터 옆에는 삼성제품 매장과 엘쥐제품 매장이 나란히 있는데, 이 뜨거운 여름에 젊은 여성 두 분이 춤을 춘다. 저 쪽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

나는 대부분의 이런 종류의 사례를 만나면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을 버는 일이 인권침해를 담보로 하고 있다면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이며, 그것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되도록 정책을 변경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젊은 여성 두 분이 ‘제품’을 위해서 춤을 추는 것은 불편한 일인데, ‘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한다면 그들은 직업을 잃는다. 이게 이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딜레마이다.

한 여름에 놀이 공원에서 동물탈바가지와 털옷을 입고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모습을 만나면 난 너무 불편하다. 좋아서 날뛰며 인형의 손도 잡고 안겨보고 싶어 하는 내 아이들이 악마 같아서 흐뭇하게 웃질 못한다. 놀이 공원은 여름이 더 피크겠지만, 그 아르바이트는 더워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적당히 더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담보로 우리가 즐거워야 한다면, 그 즐거움은 다수가 포기하는 편이 낫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들이 직업을 잃는다. 어느 놀이공원에는 거대한 나비 날개를 달고 퍼레이드를 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허리를 못 쓰게 되었는데, 사용자가 책임을 안진다고 한다.

대학교에 가면 청소 아주머니들이 있다. 무슨 얘기인지 짐작할 것이다. 젊은 학생들이 적절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자기 공간을 청소 하게 되면, 청소 아주머니들 중 한 명 정도가 직업을 잃을 것이다.

삼성 서비스 센터의 서비스가 불만이라고 말이 많았다. 과연 그랬다. 손님은 넘쳐나고, 기다리고 기다려서 문의를 했더니, ‘갤럭시 투는 구제품이라 지금 부품이 없는데, 어쩌죠?’ 그러는 거다. 어쩌긴 어째? 시간이 걸려서라도 유리창을 찾아내서 갈아야 될 거 아냐?!

느낄 수 있다. 그러지 말고, 새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뉘앙스를. 며칠이 걸려 유리창을 갈았다. 서비스 센터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었고, 투쟁하고 있다. 일은 삼성맨으로서 해야 하며, 처우는 하청업체에 소속된 자로서이기 때문이다. 줄서는 손님들을 컨트롤해 주질 않아 공식적인 점심시간이 없다고 한다. 점심을 알아서 먹어야 된단다. 그들은 밀려드는 손님을 자꾸 받아야 되고, 나 같은 손님들은 기다림에 지쳐 서비스가 엉망이라 불평한다. ‘삼성’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또 사라고만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제품의 가격도 본전 못 뽑은 것 같은데.

게름직한 마음으로 새 유리창을 단 갤럭시 투를 들고 나오는데, 더웠고, 제품을 위해 여성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인간으로서 ‘게름직한’ 일들을 개선하고, 개선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인간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한 나의 행복은 거절하자. 인간성이 위협받는 일은 뜯어 고치자. 뜯어 고치게 만들자.

만화가 김수박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만화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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