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래를 만드는 법

<'시댁짠지' 2015. 5. 16. 구미 옴스>

 

몇년 전, 설인지 추석인지 명절 연휴 직후였다. 어김없이 지하실에 모여 술잔을 기울일 때였다.

리더(정길진)가 명절 때 이야기를 꺼냈다.

"명절 때, 안동 본가에 갔었거든. 밥을 먹는데 우리 엄마 김치가 너무 맛있는 거야. 그래서 김치통에다가 머리 처박고 막 먹고 있었는데, 와이프가 좀 섭섭해 하는 거라. 맨날 자기가 해주는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했으면서 결국 엄마 김치보다 못했나 보다 그러면서...."

"근데 형님 나중에 형님 아들도 결혼해서 집에 오면 형수님 음식이 제일 맛있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지? 결국 다 똑같아 지겠지?"

"그렇죠. 형수님도 진짜 화가 났다기 보다는 순간 약간 섭섭해서 그런 걸 거에요. 다 이해하겠지요. 나중에 엄마가 돌아가시면 그 김치통이 마지막 남은 엄마의 맛이 되는 거잖아요."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즉석에서 곡을 만들었다. 그 노래 제목이 '시댁짠지'다.

- 오~~ 나는 보았네 / 오~~ 나는 기억해 / 오~~ 너의 뒤통수
  시댁 김치통에 처박히 당신의 뒤통수가 생각나
  순간 섭섭했지만 / 그게 엄마의 맛인 걸 / 나도 마찬가진 걸
  우리 아들도 나중에 내 김치통에 머릴 박겠지
  우리 아들도 우리 딸들도 / 며느리 데리고 사위 데리고
  내 김치통에 머리를 처박겠지

시댁에 갔더니 남편이 시어머니 김치통에 머리를 처박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보고 아내는 약간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곧 자신의 자녀들도 나중에 결혼해서 집에 오면 내 김치통에 머리 처박고 먹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남편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노래로 디지털 싱글앨범을 내보려고 녹음장비도 샀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게으름 때문에 노래도 마저 다듬지 못하고 녹음 역시 무기한 연기.... 2016년에는 꼭 완성해보자고 약속했지만,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꼭 완성해보고 싶다. 형곡동 주민분들을 모아서 코러스를 녹음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혹시라도 이 계획이 실현되면 많이들 지원해주시라.)

'시댁짠지' 2015. 5. 16. 구미 옴스

나름 뮤직비디오도 구상했었다. 대충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를 끝내고 시댁으로 돌아와 시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남편이 보이지 않는다. 부엌에 가봤더니, 남편이 시어머니의 김치통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 뭐하는 짓인가하고 한마디 하려고 다가갔는데, 남편이 울먹이며 김치를 먹고 있다. 남편에게 그 김치는 이제 세상에 마지막 남은 엄마의 맛이었다. 이 김치를 다 먹으면 이제 엄마의 맛은 세상에 없다. 남은 평생동안 그리워할 뿐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엄마의 맛. 그래, 나중에 우리 아이들도 결혼하고 독립하면 내 김치 맛을 그리워하겠지. 남편 뒤로 조용히 다가가 말없이 안아준다.

이번 설 연휴에도 우리네 어머니는 이것저것 가득 싸주셨으리라. 그러면 우리는 어김없이 너무 많다면서 짜증아닌 짜증을 내기도 했겠지. 그래도 먹을 수 있을 때 많이 먹어두자.

언젠가 한없이 그리워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을 때가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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