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실외활동 증가가 근시 예방 도움된다

필자에게는 고등학생 딸이 둘 있다. 두 녀석 모두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답게 늘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살고 있다. 나 또한 정상적인 대한민국의 부모답게 스마트폰 좀 그만 보라고 잔소리를 한다. 사실은 내 눈에 꼴보기 싫어서 하는 잔소리 이지만, 애들에게는 너희들 건강 때문에 하는 말이라며 이렇게 말한다. “스마트폰 자꾸 보면 눈 나빠져!”. 그런데, 이것이 설득력이 별로 없는 것이, 큰 딸은 시력이 정상이고, 둘째 딸은 근시라서 안경을 쓴다. 그래서 의사인 아빠로서 오늘 문득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을 오래 하면 진짜로 시력이 나빠질까?”.

내가 알고 있는 짧은 안과적 의학 지식과 며칠 동안 문헌을 검색해 본 결과를 종합하면, 결론은 “안구건조 등을 유발해서 눈에 좋을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 자주 본다고 근시가 유발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다.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하고, TV를 보고, 컴퓨터를 보면 당연히 시력이 나빠지는 것 아닌가?

실제로 우리 어릴 때는 안경낀 애들이 얼마 없었는데, 요즘 애들은 안경을 안 낀 애들을 보기가 더 힘들지 않나 말이다.

사실 우리 직업환경의학과에서도 근거리 작업이 근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실이다. 컴퓨터 작업을 오래 한거나, TV를 근거리에서 오래 본다거나 하는 등 가까운 곳의 물체를 오래보는 작업으로 인해 눈에 불편함을 느끼는 증상을 과거에는 VDT 증후군이라 불렀고, 요즘은 컴퓨터 시력 증후군(Computer vision syndrome) 이라 부르는데, 이는 눈 깜빡임을 줄여서 안구건조를 유발하고, 눈부심으로 인해 눈의 피로감을 증가시키지만, 사람의 눈에 생물학적인 영향을 미쳐 근시를 유발한다는 근거는 아직 없다.

그렇다면, 근시는 왜 생기는가?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유전적 영향이 60~80% 정도 영향을 미치고, 그 나머지 원인은 아직 잘 모른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사람의 지능(intelligence)과 근시(myopia)와의 인과 관계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학자들 사이에서 뜨겁다는 것이다. 학력이 높은 사람들에게서 근시가 더 많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내 경험으로 볼 때도 가방끈 긴 사람들이 안경을 많이 착용한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원래 눈이 나쁜 것인지? 아니면 눈이 나쁜 사람들이 공부를 더 잘해서 머리가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공부를 많이 하면 눈이 나빠지는 것인지 대해 연구자들 간의 논란이 많다. 근시인 사람들은 책을 읽는 데에 시력이 정상인 사람보다 에너지가 적게 든다. 근시인 사람은 가까이 있는 책을 보려면 눈에 따로 에너지를 들일 필요가 없지만, 시력이 정상인 사람은 수정체 주위의 근육을 수축시켜 수정체를 두껍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근시들이 책을 좀 더 잘 보게 되고, 그래서 더 똑똑할 것이다 라는 것이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다. 믿거나 말거나......

최근 근시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며 특히 일본과 중국, 우리나라 등의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그 유병률이 38.7-73.1%로 높게 보고되었다. 근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고 치료법이 다양하게 있으니 사실 별 걱정은 없다. 안경이나 렌즈 착용, 광학적 수술(라섹, 라식 등), 특수렌즈 등으로 근시는 교정할 수 있다. 그래도 우리 자식들은 안경쓰는 불편함을 경험하지 않도록 눈이 좋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부모 마음이다.

근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의 위키피디아를 검색해보면 ‘근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고 하고 있는데, 대한의사협회지 최근호에 근시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문헌이 게재되었다.

동국의대 안과 조순영 교수에 의하면, 소아에서의 약물(아트로핀) 점안, Orthokeratology (Ortho-K) 렌즈, 어린이들의 실외 활동의 증가 등이 근시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중 초점 안경이나 다초점 안경, 눈 운동, 핀홀 안경 등이 시중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이들 방법이 근시진행을 억제시킨다는 근거는 미약하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린이들의 실외활동의 증가’가 근시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동아시아 국가에서 근시의 유병률이 상승하게 된 배경에는 이 지역의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와 더불어 높은 교육열로 인해 소아의 근거리 작업시간이 길어진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베이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실외 활동의 부족, 실내에서의 학습시간 증가가 학생들의 시력 저하와 연관이 있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때문에 눈이 나빠지는지는 결국 애매모호 하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한 것 같다.눈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방안에서 스마트폰만 쳐다 보는 것 보다는 밝은 하늘아래 산과 나무와 꽃과 친구들과 어울려야 한다.

 

참고문헌>
* Cho SY. Prevention of myopia progression. J Korean Med Assoc 2016 January; 59(1):39-42
* https://en.wikipedia.org/wiki/Myopia
* Verma A, Verma A. A novel review of the evidence linking myopia and high intelligence. J Ophthalmol. 2015:271746.
* Blehm C1, Vishnu S, Khattak A, Mitra S, Yee RW. Computer vision syndrome: a review. Surv Ophthalmol. 2005 May-Jun;50(3):253-62.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진석 교수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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