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천~8천여명이 직업병으로 고통받아

지난 2016년 2월 4일, 경기도 부천 소재 핸드폰 부품을 생산하는 다단계 하청 사업장 2개소에서 파견근로자 4명이 CNC 절삭 작업과 검사 작업을 하면서 고농도의 메탄올 증기를 흡입함으로써 급성중독이 발생하였다. 이 중 3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이며, 이들은 CNC 설비에서 제품 가공 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용도로 사용하였던 100% 메탄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근무해왔다고 한다.

메탄올은 유기용제의 일종으로 에탄올과 거의 유사하다. 메탄올은 탄소가 하나 있는 알콜(CH3OH)이고, 에탄올은 탄소가 두 개 있는 알콜(C2H5OH)이다.

에탄올은 꽤 친숙한 이름일 것이다. 우리가 즐겨마시는 술의 주 원료가 에탄올(에틸알콜)이며, 에탄올은 우리 몸에 흡수되면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한다. 중간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음주 후 다음날 아침의 두통과 숙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그런데 메탄올(메틸알콜)은 에탄올과 달리 우리몸에 흡수되면 포름알데하이드로 변하게 된다. 이 포름알데하이드는 강력한 발암물질이면서, 우리 눈의 시신경을 손상시켜 심한 경우 실명을 유발한다. 이번 사건의 근로자들도 작업 중에 발생한 메탄올 증기가 호흡기로 흡수되어 시신경손상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옛날 가난했던 시절에는 실험실의 연구원들이 연구실의 알콜을 희석해서 직접 술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메탄올을 에탄올로 오인해서 희석해서 술을 만드는 바람에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해서 간혹 신문에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류의 사고가 거의 없었으나, 한동안 발생하지 않았던 메탄올 중독사고가 다시 발생한 배경에는 우리사회 비정규직 또는 하청 근로자의 문제가 숨어있다. 하청근로·파견근로가 점점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힘든 일과 위험한 일은 하청근로자·파견근로자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의 몫이 되어버렸다.

대기업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엄격한 안전관리와 보건관리 시스템하에서 일을 하지만, 하청으로 내려갈수록... 사업장이 영세해 질수록... 법적인 안전보건관리의 보호는 멀어지게 되고, 최소한의 위험을 방지하기도 힘든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 사고의 공정이 만약 대기업에서 발생했다면

첫째, 메탄올을 사용하지 않고 에탄올 등 대체물질을 사용했을 것이고,
둘째, 메탄올 증기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국소배기장치를 통해 배출되었을 것이고,
셋째, 증기가 배출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작업자는 방독마스크를 착용해서 체내에 흡수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넷째, 만일 체내에 흡수되었다 하더라도 증상을 느낀 작업자가 즉시 관리자에게 보고해서 조치가 취해졌을 것이다.

위의 네 가지 단계 중 어느 하나라도 이루어졌더라면 젊은 근로자들의 눈은 보호될 수 있었을 것이다.

1988년 문송면이라는 이름의 꽃다운 젊은이가 수은중독으로 사망한 적이 있으며, 그 후에도 Dimethylformamide, Trichloroethylene 등의 유기용제로 인한 사망사고가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7천~8천여명의 근로자가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회사에서 열심히 벌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자 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의 희망이 일하는 과정에서 얻은 질병으로 무너진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단지 한가족의 불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성실하게 노동하는 건강한 삶을 우리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직업환경의학은 일하는 사람의 건강을 유지·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학문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직업병을 다루는 의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오늘 대한직업환경의학회에서는 “하청근로자 4명 메탄올 중독, 실명위기!”라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최근의 남북관계 긴장과 개성공단 폐쇄 사건 등으로 인해 학회의 성명서가 세간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더불어 네 분의 안타까운 희생도 묻히는 것이 아닌지 아쉽다.

오늘 글의 결론은 우리 학회 성명서의 마지막 부분으로 대신한다.

“이번 사건은 2015년 4~5월의 광주 남영전구에서 발생한 수은중독 사건과 같이 다단계 하청시스템과 파견근로를 기반으로 하는, 구조적으로 취약한 소규모사업장에서 생계에 쫓겨 채용된 근로자들이 어떻게 유해한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으로서, 우리나라의 소규모사업장 직업보건관리 실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적게는 다단계 하청업체 파견근로자에서부터 넓게는 소규모사업장 근로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효성 있는 법, 제도, 정책적 직업보건관리 보완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길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이다”

 

순천향대학교 구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진석 교수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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