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뀔 것인가, 지금 이대로 갈 것인가?!

내가 가끔 가서 글 쓰고 그림 그리는(한 마디로 만화를 만드는) 집근처 대학도서관의 점심메뉴 중에는 ‘만두고기덮밥’이 있었다. 고기덮밥에 튀김만두 두 개가 얹혀 있었다. 내가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나와 학생들이 튀김만두 두 개를 이미 잃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이었다. 식당에서는 서비스 개선을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하드보드지에 선택지가 걸렸다.

1번 : 튀김만두를 없애고, 고기덮밥에서 고기의 양을 늘린다.
2번 : 그냥 지금처럼 일정한 고기덮밥에 2개의 튀김만두를 얹는다.

마음에 드는 곳에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이면 된다.

바뀔 것인가, 지금 이대로 갈 것인가?!
학생들은 바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나는 1번에 빨강, 노랑 스티커가 늘어가는 것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아무리 개혁도 좋지만, 이건 좀 상상을 해봐야 하는 문제였다. 고기덮밥에 얹는 고기의 양은 퍼주시는 아주머니의 재량에 달린 문제였다. 아주머니의 컨디션이나 그날의 기분, 먹을 사람의 첫인상(사실 나는 인상 좋단 말도 듣고 산 사람이라 자신 있었지만, 그럼에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튀김만두 두 개는 정확하게 크기가 균일한 두 개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

서비스의 질이 달라졌음을 증명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때로는 보수적인 게 좋을 때도 있다. 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2번에 노랑스티커를 ‘한 개’ 붙였다. 그러나 한 사람이 하나밖에 붙일 수 없었다. 물론 학생들이 모두 집에 간 어두운 저녁에 몰래 가서 2번에 빨강, 노랑 스티커를 섞어서 잔뜩 붙여놓을까 생각해보았지만 정의와 지성의 장에서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나와 학생들은 튀김만두 두 개를 잃었다.
나는 고기덮밥을 먹을 때마다 잃어버린 튀김만두를 생각한다.
고기소스가 얹힌 튀김만두는 따분한 창작생활의 낙이었다.

살다보면 한 사람의 노력으로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파도를 만나기도 하는데 마음을 잘 다스릴 필요가 있겠다. 그날 이후로 요즘은 적당량의 표고버섯이 송송 썰려 들어있는 된장찌개 비빔밥을 선호한다. 버섯향이 아주 일품이다. 표고버섯을 침범하는 다른 제안이 언젠가 다가온다면 나는 학생들을 붙잡고 호소라도 할 생각이다.

“이것 보게들, 이러지 마세! 우리 신중하세! 지난 튀김만두 사례를 떠올려보게... ...”

만화가 김수박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만화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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