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자이고 싶다??

사람들이 어떤 말을 하곤, ‘이게 사는 건가’를 붙이던데 그게 재밌어서 나도 해보았다.

나는 오전 시간이면 아내와 아점을 먹으며,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두 시간 정도 나눈다. 이게 사는 건가.

일요일이면, 아내는 열무김치국물에 국수를 말아 주기도 한다. 서프라이즈나 전국노래자랑을 보며 먹는다. 이게 사는 건가.

밤이 되면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오늘 느낀 인간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나누고 잠든다. 이게 사는 건가.

출장을 다녀오는 길이면 아내는 들어오는 길에 문방구에서 아이 선물 아무거나 사오라고 전화로 귀띔해 주곤 한다. 이게 사는 건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아내와 어린이 놀이터가 있는 ‘이바돔 감자탕’에서 외식을 하기도 한다. 아내는 뼈다귀 해장국을 무척 좋아하는 여자다. 이게 사는 건가.

첫 째가 잠들고 나면, 잠투정이 심한 둘째를 재우고자, 둘째를 유모차에 싣고 아내와 동네 산책을 한다. 봄의 향기가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이게 사는 건가.

아내는 요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밤낮으로 듣는데,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이게 사는 건가.

아내와 시국토론을 하기도 한다. 이게 사는 건가.

내가 소주를 먹을 때, 아내는 아주 가끔 두 잔 정도를 같이 먹어 주는데 술주정이 재미있는 여자다. 이게 사는 건가.

가끔 나의 일이 너무 바쁠 땐,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처갓집에 이틀 정도 다녀오기도 한다. 그때 나는 새벽 두 시까지 일하고, 돼지국밥에 소주 반주를 하곤, 영화 한 편보고 잔다. 이게 사는 거다.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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