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에게 영원한 돈키호테다.

연극반에 다니던 친구가 있었다. 학교 다닐 때 이 친구는 연극을 올리면 꼭 와서 보라고 부탁하곤 했다. 나는 매번 나의 첫 번째 애인이나, 두세 번째 애인을 동원해가며 객석을 채우는 역할을 했다. 연극은 공짜지만, 친구를 위해 애인에게 꽃다발을 준비시켰다. 그러나 나는 점점 더 연극의 매력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기자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는 것은 나를 몰입시켰고, 매번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느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애인이 흥미 없어 한다면, 혼자서라도 가서 보았다.

그중 순진한 내 인생을 크게 뒤흔든 연극이 돈키호테였다. 학생연극답지 않게 뮤지컬의 형식을 취하였는데, 돈키호테 역할을 하던 친구의 친구에게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듯 도취되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지 결정해야하는 시기를 앞두고 있었다. 돈키호테 친구는 자신이 부른 노래가 한 무지랭이의 삶을 결정하고 말았다는 사실을 지금 알고 있을까?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따자...

이런 가사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시하는 바가 마음을 턱하니 붙잡았다. 그럴 수 없는 것을 그러하겠다는 것! 나는 이 연극을 보고 내 미래를 정해버렸다. 물론 그 후에도 ‘그럴 수 없는 것을 그러하겠다.’는 점을 흥미로워하는 애인들은 열 번째가 넘도록 잘 없었다.

연극반에 다니는 내 친구를 만나게 되면, 돈키호테의 소식을 듣는다. 제 작년에는 PC방을 개업했었고, 올해는 편의점을 개업했다고 한다. 나는 내 친구에게 돈키호테의 그 노래가 내 인생을 뒤흔들었다고 고백하곤 하지만, 그를 만나고 싶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쑥스러운 얘기지만, 그는 나에게 영원한 돈키호테다. 나는 기꺼이 그의 산초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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