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어떡하지?!?!

나만의 괜한 개똥철학이 하나 있다.

‘개똥’철학이기에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을 만큼 쓸데없는 철학이겠다. 그러나 나 혼자만은 근거 없이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어서 허락을 하는 자리에서는 종종 설파하곤 한다. 대부분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무엇이냐 하면,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면 꼭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가지 바탕이 되는 이론이 있는데, 그것도 내 마음대로 개똥철학이다.

바탕이론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자기 마음대로 절대 안 되는 것.’
근거를 대라고 하면 이렇게 말한다. ‘인생에서 생각대로 되는 게 있습디까?’
근거가 충분해야 신뢰받는 이론이 될 텐데 내가 봐도 무성의하기 짝이 없다.

아무튼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면 꼭 그렇게 되기 때문에,
‘망하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면 망한다는 거다.
절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이 개똥철학을 반대로 응용하는 방법도 있다.

정말 그것을 원한다면 이렇게 걱정하면 된다.
‘아, 시발! 잘되면 어떡하지?’ 절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에 잘되게 되어 있다. 정말이다.

저 걱정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내포되어 있어서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가능하게 한다.
근자감은 강력한 경쟁력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믿지 않지만 가깝고 오래된 사람들 중에는 믿는 친구도 있다.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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