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꿈을 찾을 때까지

그저께는 애들 어린이집 보내고 집안 청소하기 전, 나만의 브런치 시간에 Tv를 켰다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붙잡혀 주저앉고 말았다. 매번 볼 때마다 새로운 면을 발견하게 되어 감탄하는 영화이다. 군 생활 시절, 내가 병장이던 어느 명절 오전에 이 영화가 텔레비전에 하길래 애들 앉혀 놓고 봤었는데, 끝나고 뒤돌아보니 전부 축구하러 나가고 없었다. 에라이! 감성 메마른 인간들아! 더구나 이 영화는 나치 독일에 어이없게 합병될 처지에 놓인 오스트리아 대령의 군인 정신이 잘 드러난, 대한민국 ‘군인’으로서도 봐야 될 영화란 말이다. 그저께도 새로이 감탄할 요소를 여럿 발견했다.

트랩 대령이 출장간 사이 마리아 선생은 커튼으로 애들 놀이옷을 만들어 입히고는 산으로 강으로 동네방네 싸돌아다니며 도레미송을 부르며 놀았다. 얼마 전 사귄 원숙미 넘치는 애인과 찐따같은 친구를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던 트랩 대령은 마을길에 줄 서 있는 나무들에 웬 아이들이 하나씩 매달려 있는 것을 슬쩍 보고는 ‘어? 방금 뭐임?’이란 표정을 짓는다. 그는 집에 돌아와 원숙미 넘치는 애인과 뒤뜰에서 차를 마시며 이바구를 까고 있었는데 호수 저쪽에서 마리아 선생과 아이들이 다 낡아빠진 나룻배에 와글거리며 앉아서 노를 저어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곱 아이들은 트랩 대령을 보고 ‘와~ 아빠다, 아빠!’라며 아우성을 치다가 죄다 물에 빠지고 말았다. 이 꼴을 본 트랩 대령은 주머니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냅다 불더니, 아이들에게 당장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라고 호통 친다. 그리고 좀 뻘쭘해진 마리아 선생에게 묻는다.

‘혹시 오늘 내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간 적이 있소?’

나는 커피에 브런치를 먹다가 뿜고 말았고, 아예 드러누워 끝까지 보게 되었다. 조금 전 차타고 들어오던 길에 트랩 대령의 표정이 자꾸 떠올랐다. ‘어? 방금 뭐임?’ 큭큭큭큭큭!

이번에 내가 특히 감동받은 부분이 이 장면이다.

어느 파티 날 뒤뜰에서 트랩대령과 마리아 선생은 오스트리아 전통춤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겠다고 연습 삼아 춰 보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전기가 통하고 만다. 견딜 수 없었던 마리아는 그날 밤 짐을 싸서 수녀원으로 돌아와 아무하고도 말 안하고 짱 박혔다. 원장 수녀님이 마리아에게 좀 보자더니 상담을 하기 시작한다. 수녀원은 도피처가 아니라고 말한 후 원장 수녀님은 노래를 부른다. (동료 만화가 권용득은 영화에서 사람이 이렇게 말하다가 노래하는 걸 무척 못 견딘다. 내가 그건 뮤지컬 영화라서 그렇다고 하면, 그는 ‘근데 사람이 어떻게 말하다가 노래를 할 수 있어요? 말이 돼요?’ 그런다. 어이구, 답답해!) 나는 이번에 원장 수녀님의 노랫말이 가슴에 박혔다.

‘모든 산을 오르거라. 모든 강을 건너거라. 모든 무지개를 쫓아라. 너의 꿈을 찾을 때까지...’

한 마디로 수녀원은 너의 도피처가 아니니, 오려면 가서 쇼부치고 오든지 하라는 얘기였다. 우리 인생에서 그건 참 맞는 말이다. 맞는 말 같아서 까먹지도 않고 외워서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다.

모든 산을 오르거라.

모든 강을 건너거라.

모든 무지개를 좇아라.

너의 꿈을 찾을 때까지...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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