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키 천국에서 벗어나야

'알몸 박정희'는 책 그 자체로는 작품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박정희에 대한 양/음의 측면중 음의 부분만 작심하고 투박하게 까는 수준의 책이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박하고 소중한 것이 무엇일까?' 나는 일본제국과 ’다카키천국‘이 대한민국 곳곳에 뿌려놓은 일본제 천황주의를 말끔하게 청산하고, ’민족적 약속‘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제 국가주의, 두목주의, 폭력주의를 청산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한다.

책이 출간된지 1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저자의 저 말이 여전히 유효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다카키천국이 부활하고 있는 듯해서 슬플 따름이다.

책의 1장은 ‘자궁탈출’로 시작되는데, 박정희에 대한 내재적 접근을 하며, 박정희의 인성과 성격을 이해해보게 된다.

모두들 알다시피 어머니 백남의가 박정희를 임신한 이후 태아를 죽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시도들을 했었는데, 이때 태아는 생존을 위해 싸우면서, ‘폭력의 질서’가 무의식의 세계로 형성되었다고 바라본다. 세계를 ‘폭력의 질서’로 감지한 그의 무의식은 정복주의 세계관으로 발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박정희의 일생과 실체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평범한 시골학교 학생에서 ‘두목급장’으로
보통학교 교사에서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를 거쳐 만주군 장교로
박정희에서 다카키마사오로
다카키마사오에서 오카모토 미노루로
오카모토 미노루에서 다시 박정희로
만주군 중위에서 가짜 광복군 중대장으로
가짜 광복군 중대장에서 대한민국 육군장교로
제국주의자에서 공산주의자로
공산당 최고위급 간부가 공산당 진압군 작전장교로
무기징역죄수에서 다시 육군 정보장교로
‘빨갱이’에서 반공주의자로
육군 장성에서 반란군 두목으로
민정이양 공약에서 출마선언으로
‘개헌은 없다’에서 삼선개헌으로
‘이번이 마지막 출마’에서 종신대통령으로
어제까지 악마라고 욕하던 김일성과 손에 손잡고 ‘7.4 남북공동성명’으로 전 민족과 세계를 상대로 역사적 사기를 치고...

정말이지 박정희의 변신은 눈부실 정도로 극과 극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저자는 박정희가 김일성과 손잡고 메이지유신을 본받아 유신헌법을 만들고, 그가 통치한 나라를 ‘다카키 천국’이라고 부른다. 박정희가 하느님처럼 군림하며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명령하고 심판하는 국가를 상징하는 말이다.

저자는 끝으로 일제 찌꺼기 청산보다 ‘다카키천국’의 청산이 백배 더 중요하다고 확신하며, ‘다카키천국’을 청산하지 않으면 새끼 박정희들이 또 다른 두목국가를 추구할 것이다고 말한다.

내년(2017년)이 '박정희 탄생 100주년'이라고 내가 살고 있는 구미시는 '박정희 100년 기념사업'에 수백억의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으며, 박정희 우상화 작업이 한창이다. 이것은 마치 북한 김일성 장군의 우상화 정책과 흡사한 면이 많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박정희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바르게 알기 작업을 우선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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