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발 KTX법인 설립은 민영화의 시초인가 아닌가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9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산업의 특성상 철도노조의 투쟁은 단위사업장에 머물래야 머물 수 없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측인 코레일은 파업 참가자를 징계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철도노조는 민영화(사유화) 반대 투쟁의 결기를 다지는 상황.

파업의 계기는 오는 10일 열릴 코레일 이사회다. 여기서 수서발 KTX 법인의 설립이 논의될 예정이다. 철도노조 등 민영화 반대 진영은 이 이사회가 철도 민영화의 시발점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양측은 이사회를 앞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결렬되면서 파업을 맞이했다. 

코레일측은 민영화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철도 민영화에 대한 국민적 반대 여론이 높고, 정해진 노선 위로 기차가 다니는 철도산업에 사기업과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건 경제학의 기초에도 위반되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것은 민영화가 아니라 정확하게는 '사유화'라고 표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정부도 철도 민영화를 추구하다가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코레일 "민간에 지분 매각하지 못하니 민영화 아니다"
철도노조 "법적으로 효력 없으니 민영화 가능하게 돼" 
 


그래서 코레일은 수서발KTX 법인의 자신들 지분이 41%이며 민간기업에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므로 민영화가 불가능하다는 해명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영화 반대 진영은 "민간기업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이 정관에 반영되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으니 소용이 없다고 반박한다. 실제로 코레일이 법무법인에 의뢰한 법률 자문 결과도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코레일의 논리를 거꾸로 뒤집으면 "코레일이 민영화를 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한다. 

코레일의 정창영 전 사장의 경우 철도 민영화 반대의 차원에서 수서발KTX 법인 설립에 반기를 들었다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듯 사임한 바 있다.



반대 진영은 파업에 이어 촛불문화제를 준비하는 등 민영화 저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반면 코레일 등 찬성 진영은 민영화 작전이 아니라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한편 철도노조는 수익성이 높은 수서발 KTX 노선에서 법인이 설립될 경우 나머지 노선의 경제성이 더욱 저하되어 적자노선들이 추가로 민영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코레일의 부채는 철도건설 부채를 코레일에 전가한 국가의 책임이 크며, 공기업 가운데 낮은 수준의 임금을 가진 노동자들에게 원인을 돌리지 말라고 항변한다.

반면 코레일측은 계속해서 적자와 부채 등 공기업으로서의 방만한 사정을 환기시키고 있다.

현재 코레일은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부 언론들은 "시민 불편"을 강조하면서 철도노조를 압박하고 있으며, 철도노조는 이에 맞서 민영화 반대 여론을 등에 업는 각종 캠페인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시민 불편" vs. "민영화는 '국민의 철도' 배신"

이 가운데 철도 퇴직자들 모임인 철우회 등은 시민 불편과 후배들의 희생을 걱정하며 파업 철회를 호소했다. 사용자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이번 코레일의 방안을 "경영 합리화 조치"라고 평가하면서 파업행위 주동자와 가담자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벌하라며 철도노조 파업을 비판했다.

반면 21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철도공공성시민모임은 박대통령이 "국민이 원치 않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대선 때 공약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코레일의 이사회 중단과 사회적 합의기구 설치를 요구했다. 국제 운수노동자들이 가입한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철도노조에 대한 '억압적 대응'을 삼가라고 요구했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 초기의 광우병 쇠고기 문제처럼 철도 민영화 문제가 박근혜 정권 초기의 최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민영화가 '국민의 철도'를 배신하는 것이라고 역설하는 반대 진영, 민영화하지 않을 테니 파업으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지 말라는 찬성 진영. 국민들은 어느 쪽에 자신의 권익을 걸게 될까.


* 이 기사는 전문의 자유로운 인용과 게재를 허합니다. (뉴스풀e http://newspoole.kr)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