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소소하게 '잔인한' 사람 생각보다 많다.

술 먹자고 앉아 있으면 아이가 엄마만 찾아서 섭섭하다는 남편들을 종종 본다. 그 중 한 사람은 그래서 자기는 삐쳤다고 말한다.

그래서 술 마시잔다. 나... 참! 애가 원래 엄마 찾지. 그 집 엄마는 엄마만 찾는 아이도 돌봐야하고 삐친 남편도 달래야한다.

남자도 애 노릇하는 남자는 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십대 후반이나 스무 살의 사내들은 애 노릇 하는 친구에게 '가서 아빠한테 물어보고 오라든지,  엄마젖 때고 오라'든지 하면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그러니까 사실 애 노릇은 그때 끝냈어야하는 거다. 어른이 되어서 바깥에 나와서까지 칭얼대는 건 곤란한 일 아니겠나... 라고 했더니,

"형님은 보수적이에요. 사실은 보수야, 보수!"

이런 어른도 있다.

지난주에는 어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바깥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게 삶의 원칙이랬다. 그래서 모임에서도 술은 먹되 밥은 먹지 않는다고 했다. 밥은 집에 가서 먹는다고 했다. 자신의 원칙이랬다.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자신이 먹는 그 집밥을 자기가 만들어야 자신의 원칙일텐데. 그가 자신의 집밥을 만들진 않아 보였다.

젊어도 그런 사람 종종 있다.

자신은 라면에 계란을 넣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자신의 아내가 끓인 라면에게 말하던 친구도 있었다. 누구나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럼 네가 라면을 끓이면 된다고.

다른 사람과 연결된 일에 자신의 원칙을 적용하면 안된다. 자신의 원칙은 혼자 지킬 일이다. 세상엔 소소하게 '잔인한' 사람 생각보다 많다.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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