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건가?

아내가 충남 공주대학교에서 교사 연수를 받고 있을 때였던 것 같다. 공주대 기숙사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지내며 공부하고 있다하여, ‘서울에서 가깝네!’하며, 나는 강남터미널에서 버스 타고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 버스에 걸려있는 TV에서는 ‘불멸의 이순신’이 방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혼하기 전인 10년 전쯤이겠다. 나는 이순신이 재미없어서 잠이나 잤다.  공주 터미널에 내려서 그렇게 공주대를 찾아가는데, 거의 다 와서는 길을 모르겠더라. 담배도 살 겸, 가게에 들어가서 주인아주머니께 물었다.

- 공주대학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해요?
- 어서 왔는디?
- 저쪽에서 왔는데요...
- 근디 왜 일루 와?

나는 잠시 멈칫 했다가 내가 가야할 길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왔던 저쪽으로 가면 되는 것. 보통은 길을 물으면 뭐, 저쪽으로 가서 길 건너서 세븐일래븐 끼고 우회전 하세요... 이렇게 직접적으로 가르쳐 주는데, 충청도에서는 재미있게 가르쳐 주시네 싶었다. 아주머니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두 번의 질문으로 답을 가르쳐 준 셈이다.

공주대에 가서 그녀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했다. 공주에는 이게 유명하다더라고 괜찮은 식당에 가서 무슨 ‘두부두루치기’를 먹었는데 두루치기에 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 이상한 두루치기네
- 왜? 선생님들은 다 좋아하던데?

산책을 하다가 동료 교사들이 있는 기숙사로 그녀를 들여보냈다. 나는 터미널에 가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탔는데, 또 빌어먹을 ‘불멸의 이순신’이었다. 내가 어서 왔는디, 왜 일루 왔나... 고민이 많던 시절이어서 그랬던 건 같다. 두부두루치기도 맛없고, 이순신도 재미없고, 동료 교사들과 공부하던 그녀도 얄미웠던 것 같다.

서울에 도착해서는 선배들을 불러내서 소주나 왕창 마셨다. 내가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거라고 선배들이 말해줄 때까지 마셨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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