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어쩔수 없다 / 2.허풍

1. 할매국밥집에 들어와서 할매국밥 시켰는데, 직원 아주머니들의 점심시간.
간짜장에 탕수육 드신다. '아~ 나도 낑겨서 짜장면 먹고 싶어라.'

그러나 이미 할매국밥 시켰으니... 어쩔 수 없다. 반주 (원샷)

나는 요즘 짜왕 매니아이다. 농심 짜왕! 처음 먹어보았을 땐 짜짜로니, 짜파게티 끝났구나 싶었다. 출출해지는 늦은 저녁, ‘집에 가서 쫄깃한 짜왕 하나 비벼서, 얼마 전에 처갓집에서 가져온 배깍두기랑 해서 반주로 소주 딱 석잔 마시고 애들이랑 놀다 자야지롱!’ 이라고 독백하면서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내가 뭘 만들었나보다.

맛도 좋은 영양만점 아내의 주특기, 오징어 볶음이 떡하니 차려져 있네. 이럴 땐 망설이지 않고 감탄해야 되는 거다.

- 아~ 이게 무슨 맛있는 냄새냐. 밥도 새로 했네?
  에헤이! 맛있는 반찬에 소주가 빠질 수 있나, 이 사람아! 

그렇게 배도 부르고, 소주 한 병에 알딸딸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짜왕 먹고 싶었는데... 짜왕... 내 짜왕 언제 먹나.'

 

2. 귀가하는 길에 보니까, 동네 사거리에 웬 10층짜리 빌딩이 생겼다. 맨 위층에 커다랗게 '거상'이라 쓰여있다. 우연히 고개를 돌리니 조수석에 아내가 앉아 있길래 말했다.

- 저 빌딩 이름이 거상인가? 거상 빌딩인가? 이름이 거상이 뭐냐? 난 이담에 빌딩을 한 채 지어서 말이야, 해바라기라고 지을 거야. 아니아니, 코스모스라고 짓고 싶어. 코스모스 빌딩! 입에 착착 붙고 좋으네.
- 그래, 마음대로 해.
- 그 꼭대기 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면 좋겠군. 우하하!
- 그래... 다 왔냐?

내가 과거에 허풍으로 이 여자를 꼬시긴 했지만 이제 나한테 화도 안낸다. 사는 대로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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