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웃고, 앞만 보고 가는 거지... 그런 게 추억이다.

이십대 초반이었나? 추억은 마냥 좋은 것인 줄로만 알고 그리 많지도 않은 그것을 헤아리고 있을 때(군 입대를 앞두고), [파니 핑크] 영화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었다.

죽어가던 오르페오가 파니 핑크에게 했던 말은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렇다. 가끔은 ‘추억’이란 놈이 너를 붙잡을 거다. 조금은 머물러 쉬어가라고. 오르페오는 절대 그 녀석의 말을 듣지 말라고 한다.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가라고 파니 핑크에게 소리치다가 거칠게 콜록댄다.

추억은 아름다운 건데 왜 그렇게 말할까 생각해보다... 매번 짐정리를 할 때마다 옛 사진들 발견하고 반나절쯤 주저앉았던 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언제 누구랑 갔었다는 기록이 적힌 커피숍 성냥뭉치도 한 몫 한다.

언제 누구랑 갔었다는 고속버스, 기차표도 한 몫 한다. 뒤돌아보지 마라. 뒤돌아보는 순간 뒤따르던 너의 여인이 돌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하데스의 충고를 잊은 오르페우스가 오르페오일 것이다. 그의 말을 좋아해서 나의 이메일 Id는 대부분 오르페오이다.

'추억은 좋은 것이지만 ‘뒤돌아보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 언제나 현재를 살아야지...

30대에는 미하엘 엔데의 [자유의 감옥]이라는 재미난 소설에서 추억에 관한 흥미로운 대응을 발견했다. 별것 아닌 말일 수 있어도 나에겐 중요했다. 추억은 버리는 게 아니고 가꾸는 거랬다. ‘가꾼다.’는 말이 너무 좋았다.

그 소박한 화초에 가끔 물을 주거나 닦고 꽃도 피우는 것. 가꾸는 것. 가꾼다는 것은 그것에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과 다르다. 보다 주체적이다. 추억을 가꿀 때는 흐뭇한 웃음이 나올 뿐이다.

‘그 때가 좋았지. 돌아가고 싶어.’란 말은 하지 않는다. 돌아갈 수 없기에, 스스로와 친구를 힘들게 할 말이다. 한 번 웃고, 앞만 보고 가는 거지... 그런 게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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